[한스경제 양지원] 흥행 배우의 ‘티켓 파워’만 있는 게 아니다. ‘관객 파워’도 있다. 획일화된 장르에 지친 관객이 점점 다양한 작품을 추구하면서 개봉 못한 영화를 심폐 소생하기에 이르렀다. ‘관객이 개봉시킨 영화’가 수두룩한 시대다.

최근 7년 만에 국내 개봉한 ‘플립’(12일 개봉)은 관객의 요청으로 극장에 간판을 걸게 된 영화다. 미국에서는 2010년 개봉해 미미한 성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온라인 다운로드를 통해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국내에서 개봉이 이뤄지지도 않은 ‘플립’에 대한 평점이 9.45점에 이르자 수입배급사 팝 엔터테인먼트는 극장 개봉을 감행했다.

개봉 후 관객의 반응도 좋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스크린 확보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수 17만3,196명(19일 기준)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3위에 안착했다.

‘지랄발광 17세’(6월 28일 개봉)는 당초 극장 개봉 예정에 없던 영화다. 직배사 소니픽쳐스는 국내에서 인기가 없는 하이틴 무비라는 점을 이유 삼아 DVD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영화 커뮤니티에서 한 영화 마니아가 직접 번역한 예고편이 조회 수 100만을 기록했다. 소니픽쳐스 공식 페이스북에도 ‘지랄발광 17세’를 공식 개봉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결국 소니픽쳐스는 DVD 패키지를 폐기하고 극장 상영을 결정했다.

관객 요청에 따라 극장 개봉 후 성공한 대표적인 작품이 ‘겟 아웃’(5월 17일 개봉)이다.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 신선지수 99%를 기록하고, 북미 개봉 당시 흥행 가도를 달린 영화다. 하지만 인종 차별 소재와 ‘스타급’ 배우의 부재라는 이유로 배급사 UPI코리아는 국내 개봉을 망설였다. 배급사가 개봉을 망설일 때쯤 ‘겟 아웃’은 온라인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SNS에 한글 자막을 입힌 ‘겟 아웃’의 예고편 영상이 게재됨과 동시에 조회 수 370만을 기록했다. 예비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믿고 ‘겟 아웃’을 개봉시킨 UPI코리아는 흥행의 단맛을 누렸다. 제작비 450만 달러에 불과한 ‘겟 아웃’은 누적 관객 수 213만7,446명을 기록하며 공포영화라는 장르적 한계를 돌파한 수익을 거뒀다.

이처럼 관객의 평가가 개봉에도 영향을 미치는 극장 추세에 대해 한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관객의 영향을 무시하지 못하는 시대에 이르렀다”며 “어둠의 경로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미개봉 영화를 본 관객들의 압도적인 호평이 이어질 경우 수입사들이 개봉을 감행한다”고 말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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