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프로듀스101’ 하면서 라면 먹을 때 가장 행복했다.”

10대다운 신선한 대답이었다. 유선호는 얼마 전 종영한 Mnet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아이돌에 도전했다. 2002년생 월드컵 베이비로 올해 열여섯 살이다. 101명의 연습생 중에서도 막내라인에 속했다. 6개월 차인 병아리 연습생이 20대 형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았을 터. 연습이 다 끝나고 자기 전 먹는 라면 한 그릇은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프로듀스101’ 합숙 당시 밤에 라면을 먹을 때 가장 행복했다. 한국인이라면 라면 찾는 게 예의다. 한 번에 컵라면 3개를 끓여 먹기도 했다. 합숙하면 거의 삼시세끼 제육볶음만 나왔다. 원래 제육볶음 좋아했지만 이제 못 먹겠다. 앞으로 1년은 제육볶음을 안 먹을 것 같다(웃음).”

유선호는 ‘삼시오끼’라는 별명을 얻었다. 방송에서 부모님과 통화하며 “밥을 너무 안 줘. 나 하루 다섯 끼 먹잖아. 근데 아침, 점심, 저녁 밖에 안 줘”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캐리어를 간식으로 가득 채울 수밖에 없었다. “합숙 막바지에는 캐리어의 3분의 2가 간식이었다. 옷 2개, 슬리퍼 1개, 수건, 팬티, 양말 빼고 다 먹을 것만 넣었다. 라면 한 박스 큰 거 넣고 과자 5~6개, 젤리, 초콜릿 등도 챙겼다”며 줄줄 나열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꼽는 데는 주저했다. 삼시오끼 똑같은 메뉴만 먹고는 “절대 못 산다”며 고개를 저었다. “치즈를 못 먹는다”면서도 “한국식 피자는 괜찮다. 치즈 맛이 안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내친김에 ‘먹방’ CF 욕심도 내비쳤다. “뭐든 시켜만 주면 할 수 있다. 먹는게 너무 좋아서 소주 광고가 들어와도 할 자신이 있다. 애창곡이 임창정 선배의 ‘소주 한 잔’이다. 하하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프로듀스101’ 종영 후 유선호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종순위 17등을 기록해 데뷔조 워너원(Wanna One)에 들지 못했지만,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각종 예능ㆍ광고ㆍ화보 출연 섭외가 물밀 듯이 들어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내 등수에 만족한다. 조금만 더 해서 11등 안에 들었으면 데뷔인 데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도 높게 올라 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많이 사랑해줘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유선호는 가수를 꿈 꿔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쳐 선생님의 추천으로 밴드부에 들어갔다. 당시에도 노래는 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피아노 칠 때가 제일 멋있다”며 노래를 극구 말렸다. 밴드부 활동 모습을 눈여겨 본 큐브엔터테인먼트(큐브) 관계자에 캐스팅됐다. 처음엔 오디션을 안 본다고 했다. “노래방에서도 노래를 안 불렀다. 유치원 때 율동도 잘 따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큐브에 들어간 이유는 비투비에 대한 팬심이 컸다. “비투비를 정말 좋아한다. 전주만 들어도 비투비 형들 노래 제목을 다 알아 맞춘다”며 행복해했다.

유선호는 방송 3개월 동안 눈부시게 발전했다. 방탄소년단의 ‘봄날’ 무대에서는 건반을 치며 노래, 여심을 흔들었다. 콘셉트 평가에서는 ‘열어줘’로 섹시한 매력을 어필했다. 가창 애착이 가는 무대로 ‘열어줘’를 꼽았다.

“‘네버’에서 ‘열어줘’ 팀으로 오지 않았냐. 다들 쉬는데 우리 팀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서 큰 일이 났었다. 그 때 가장 힘들었다. ‘열어줘’ 춤을 사흘 만에 외웠다. 기초 춤도 그만큼 못 외웠는데…. 내가 섹시에 좀 자신이 있다(웃음). 당시 난 무기가 딱히 없었다. 형들이 무기였다. 형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프로듀스101’ 하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촬영했던 모든 순간”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촬영 내내 죽을 듯이 힘들었다. 다시 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정말 힘들었다. 나중엔 힘든 게 추억이 되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다 좋았다”고 돌아봤다.

유선호에게 행복이란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것”이다. “친구들 만나서 평범하게 운동하고 놀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영락없는 10대였다. 요즘은 스케줄 때문에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한다며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유선호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워너원 멤버가 된 같은 소속사 라이관린 형에게도 “긴장하라”고 말했다. 라이관린은 워너원 활동으로 바쁘지만, 자신은 할 게 연습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스케줄 때문에) 연습 못했다고 하지 않았냐”고 하자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부끄러워했다.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행복하다. 색다른 경험을 해서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프로듀스101’ 촬영하면서 ‘라이관린 형은 되고 나는 안 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형이 매력을 더 잘 보여줬다. 난 아직 부족하다. 나중에 같이 멋진 그룹으로 나와서 전 세계를 이끌고 싶다. 만능엔터테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연기도 배워보고 싶다. 최근 드라마 오디션도 보고 왔다. 그런데 아직 연락이 없다(웃음).”

사진=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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