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9일 취임과 함께 공식 업무를 개시한 가운데, 금융권에서 고려대학교 출신이 약진할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원회에는 고려대 출신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특유의 응집성으로 금융권 전반에 고려대 세력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최 위원장에 이어 이날 김용범 사무처장을 부위원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등 금융권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장관급인 위원장과 차관급인 부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국과장급은 금융위원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어 고려대 출신이 요직에 등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 최 위원장은 고려대 무역학과 76학번이다. 다만, 노골적으로 고려대 출신을 챙기기는 사회적 분위기상 당연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위 공무원은 “‘위원장이 같은 대학교 출신이나 기획재정부 출신 등을 요직에 챙긴다더라’ 이런 소문이 돌면 내부 불만이 커져 그렇게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행정고시 합격자가 대부분 서울대학교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최 위원장이 그나마 챙길 수 있는 고려대 후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체 국과장급 중 서울대 출신 비중이 75%가량이나 된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 출신이 각각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85%인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을 배제하거나 요직에서 빼놓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금융위 공무원은 임종룡 전 위원장이 연세대 출신을 은근 중용하고 고려대 출신을 다소 홀대했다고 느끼고 있다. 

실제로 연세대 출신인 이석란 전 공정시장과장(현 청와대 파견)은 첫 여성 정책홍보팀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물론, 이 과장은 내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재지만 고려대 출신 입장에서 다소 서운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임 전 위원장이 재직시절 애정을 쏟았던 자본시장국에는 안창국 전 자산운용과장(현 산업금융과장)과 김기한 현 자산운용과장(전 서민금융과장)이 모두 연세대 출신이다. 두 사람에게 임 전 위원장은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산운용 정책을 맡겼다. 특히 안 전 과장은 임 전 위원장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하주식 현 서민금융과장도 연세대를 나왔다.

반면, 고려대 출신들은 임 전 위원장 시절 그리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외부로 떠돌았다. 주로 금융위 밖에서 활동한 경우가 많았다. 정완규 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다녀온 뒤 올 3월부터 다시 FIU로 나갔다. 권대영 전 금융정책과장은 한국금융연구원으로 파견을 갔다. 선욱 전 공정시장과장은 민간근무휴직제를 통해 IBK투자증권에서 근무하고 최근 금융위로 복귀했다.

한 고려대 출신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고려대 출신들이 임 전 위원장과 연세대 치하시절 숨어있었던 것 같다”며 “우수한 사무관 중 고려대 출신이 많아 향후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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