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군함도’(26일 개봉)와 ‘택시운전사’(8월 2일 개봉)는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다. 두 작품은 각각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하시마 섬 조선인 강제 징용 소재로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룬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쌍끌이 흥행을 예상케 하는‘군함도’와 ‘택시운전사’의 차이점을 짚어봤다.

■실화는 실화일 뿐 너무 다른 전개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는 실화를 소재로 했지만 전개 방식부터 확연한 차이가 있다. 흑백 화면으로 시작하는 ‘군함도’는 첫 장면부터 먹먹함을 자아낸다. 하시마섬을 향해 가는 어린 두 소년이 일본인들에게 물고기처럼 그물로 포획된다.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달리 배 안에서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이 대비를 이룬다. “군함도의 역사는 꼭 알았으면 한다”는 류승완 감독의 취지대로 영화는 진지하고 무거운 톤을 유지한다. 물론 이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이소희(김수안)가 깨알 호흡으로 간간히 웃음을 주지만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정도는 아니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초반 가볍고 경쾌한 전개가 특징이다.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 ‘최루탄 영화’로 불린 것과 달리 밝은 톤을 유지한다. 영화는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부르는 평범한 소시민 만섭(송강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여기에 우여곡절 끝에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운 만섭의 광주행, 만섭과 광주 시민의 만남이 따뜻하고 정감 넘치게 전개된다.

물론 극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당시의 참혹한 광주의 사태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끝까지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인물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휴머니즘을 강조했다.

■다양한 인간 군상 - 착한 의인들

 

‘군함도’는 ‘죄 없는’ 조선인과 ‘악한’ 일본인만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다. 등장인물들을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지 않았다. 지옥섬으로 불리는 군함도 안에는 조선인들의 정신적 지주의 노릇을 하며 일제의 끄나풀 노릇을 하는 인물도 있다. 또 같은 조선인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을 마구잡이로 학대하는 송종구(김민재)가 대표적이다. 류 감독은 “군함도가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실만 봐도 비판의 화살이 무조건 일본에게만 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당시 ‘친일파’를 지적했다.

 

이와 달리 ‘택시운전사’ 속 등장인물들은 ‘착한’ 의인들이다. 광주 시민을 탄압하는 사복조장(최귀화)을 제외하고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뭉친 사람들이다. 기름을 공짜로 넣어주는 주유소 주인, 주먹밥 하나라도 챙겨주는 광주 시민들, 폭도를 진압하기 위해 사지로 달려드는 택시운전사들의 모습이 그렇다. 자칫 작위적인 설정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들에 대해 송강호는 “당시 광주시민들이 정말 그렇게 행동했다고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정 인물 강조 無 - 주인공 시점

‘군함도’는 톱스타들을 대거 기용한 영화다. 그래서일까? 특정 인물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딸이라도 탈출시키려는 이강옥, 조선인들을 모두 탈출시키려는 광복군 박무영(송중기), 경성 최고 깡패이자 조선인들의 두목 최칠성(소지섭), 위안부를 대표하는 오말년(이정현)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각 인물에 동화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오히려 극의 몰입을 저하시킬 우려도 있다.

‘택시운전사’는 철저히 만섭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딸밖에 모르고 살던 만섭이 광주 사태를 직접 목격한 후 변화하는 감정이 세세하게 그려지며 관객의 몰입도를 더한다. 만섭이라는 인물에 집중 조명된 방식을 띈 만큼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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