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올 여름 ‘천만영화’로 유력하게 점쳐진 ‘군함도’(26일 개봉)가 베일을 벗었다. 흥행 감독 류승완과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톱스타들의 모임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된 영화다. 게다가 국내에서 한 번도 다룬 적 없는 군함도(하시마) 소재라니. 두 말 할 필요 없이 흥행 요소는 모두 갖춘 영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2% 아쉬운 만듦새가 아쉬움을 자아냈다.

‘군함도’는 일본 군함도(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대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띤다. ‘지옥섬’이라 부리는 군함도에서 탈출하기 위해, 또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겁 없이 달려든 이들이 무차별하게 희생되는 모습을 세세하게 담아낸다. 영화의 전개에 따라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화면 구성 역시 인상적이다.

약 22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인만큼 비주얼은 완벽하다. 당시의 군함도를 재현하기 위해 제작된 초대형 세트장이 마치 실제로 와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수백 명에 이르는 출연자들을 동원하며 당시의 역사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관객의 가슴을 쥐어짜는 의도적인 신파나 ‘선인’과 ‘악인’으로 나뉜 이분법적 캐릭터 구성이 없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조선인들에게 단 한 번도 임금을 주지 않은 채 되려 약탈하는 이들과 무차별하게 학대 당하는 위안부의 인권 유린 등과 만행을 버무렸다. 이 과정에서 이러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무작정 일본에 넘기지 않는다. “나를 속인 놈은 조선인 이장이고, 더 나쁜 곳으로 팔아 넘긴 놈은 조선인 포주”라는 말년(이정현)의 비난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에서 반복되는 ‘국뽕 논란’을 사뿐히 피해간다.

하지만 전체적인 서사와 캐릭터들이 기존의 한국영화 흥행공식을 따른다는 점이 아쉽다. 딸 소희(김수안)를 향한 이강옥(황정민)의 눈물겨운 부성애, 여자와 부상자를 늘 먼저 생각하는 독립군 박무영(송중기)의 투철한 희생정신, 경성깡패 최칠성(소지섭)과 말년의 미묘한 러브라인까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전개와 캐릭터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흥행 공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연출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특정 인물만을 강조하지 않은 영화의 시점 역시 오히려 몰입도를 저하한다. 주인공 강옥과 소희 부녀에 굳이 초점을 맞추지 않은 점은 더 많은 캐릭터들을 돋보이게 하려는 류 감독의 의도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되려 산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다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유시진을 떠올리게 하는 송중기, 기존의 까칠하고 ‘멋진’ 캐릭터와 똑같은 소지섭의 캐릭터는 식상하기 그지없다.

 

이번 영화에서 단연 빛나는 배우는 아역 김수안이다. 천만영화 ‘부산행’에서 똑 부러진 연기를 보여준 김수안은 ‘군함도’에서 춤과 노래, 감정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군함도’는 전체적으로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를 대표하는 톡톡 튀는 매력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지만 과연 이 영화가 여름 극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러닝타임 132분. 15세 이상 관람가.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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