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경정에서느 2턴 마크에서 승부가 역전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선수기량과 모터성능 평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경정에서는 초반 싸움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타트에 이은 1턴 마크(회전을 위해 설치한 부표) 경합에서 결정된 순위가 경주 막판까지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주 결과를 예측할 때에는 1턴 마크 전개를 어떻게 분석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올 시즌 경정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2턴 마크에서 순위가 역전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주 결과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1턴 마크 못지 않게 2턴 마크 분석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경주의 박진감은 그 만큼 높아졌다.
최근 2턴 마크에서 역전은 비슷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선수들이 서로를 견제하느라 눈치를 보는 동안 후미 선수들이 기습적으로 인코스를 파고들며 역전에 성공하고 있다.
26회차(19~20일) 수요일 16경주가 대표적인 예다. 과감하게 1턴 마크를 공략한 김도휘가 선두로 나섰다. 이런 가운데 김광현과 이주영이 각각 2, 3위를 형성했다. 그러나 두 선수가 2턴 마크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사이 배혜민과 김도환이 순간적으로 안쪽을 파고들며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두 선수는 김광현과 이주영을 따돌리고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평준화 된 것이 2턴 경합이 치열해진 이유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턴 마크 역전은 노련하고 선회력이 좋은 상위권 선수들이 즐겨 쓰던 작전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기량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2턴 마크에서 과감하게 승부를 거는, 실력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으로 모터의 성능이 평준화되고 있는 점도 2턴 마크 역전이 많이 나오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경정은 2년 주기로 경주에 사용되는 모터를 일괄 교체한다. 같은 업체가 생산한 동일한 제품의 모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터 간 미묘한 성능차이가 나타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능이 비슷한 모터끼리 경주를 편성하는 것이 더욱 철저하게 이뤄짐에 따라 이러한 현상이 줄어들었다. 모터 간 성능 차가 클 경우에는 성능이 뛰어난 모터는 속도의 우위를 이용해 안쪽으로 기습적으로 들어오는 견제를 막아낼 수 있었지만 모터 간 성능이 비슷해지며 이를 버텨내기가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선수의 심리적 부분도 요인으로 꼽힌다. 2턴 마크에서 안쪽을 파고드는 작전은 위험을 동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상황에 따라 덤프(상대방의 배를 추돌하면서 밀어내는 기술)까지 나오기 때문에 주의, 경고, 등 벌점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고점이 높은 선수나 경험이 부족한 신인급 선수들은 이러한 작전을 구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온라인스타트 경주(경주 거리 1,535m)와 플라잉스타트 2주회 경주(경주 거리 1,200m)의 비중이 높아지며 선수들이 승부 타이밍을 빠르게 잡고 있다. 즉, 주의나 경고 등으로 인한 벌점을 감수하며 과감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이 2턴 역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륜경정사업본부 관계자는 “2턴 마크 경합이 치열해지면서 경주의 박진감은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2턴 마크 전개상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경주 결과 예측 시 더욱 꼼꼼한 분석이 필요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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