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독일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화 ‘택시운전사’ 개봉 기념 홍보 차 내한한 크레취만은 25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 파르나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몰랐다”고 말했다.

크레취만은 극 중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맡아 열연했다. 크레취만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들은 후 놀랐다”며 “내용을 더 알고 싶어서 장훈 감독에게 물어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힌츠페터에 대해 “꼭 한 번 직접 만나 뵙고 싶었는데, 영화 준비 기간 중 돌아가셨다”며 아쉬워했다.

크레취만은 5.18 민주화운동과 동독탈출이 유사성을 띤다고 말했다. “독일의 역사인 동독탈출이 좋은 경험이 됐다. 내 세계관을 형성하는데도 큰 영향을 줬다”며 “광주 민주화운동에서도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택시운전사’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영화에 출연한 크레취만은 “언어의 장벽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언어마다 리듬이 있는데 한글의 리듬을 파악하지 못해 어려웠다”며 “나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것 같아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등 국내 배우들과 연기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송강호같은 배우와 연기를 했다는 것만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가벼움, 유머, 묵직함까지 다양한 감정 연기를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에 놀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유해진을 ‘진’이라 부른다. 늘 유쾌한 편이라 장난을 많이 쳤다”며 “류준열 역시 호흡이 좋았다. 내 배경에 대해 많이 궁금해 했고 날 배려해줬다”고 덧붙였다.

또 크레취만은 박찬욱 감독을 향한 애정을 듬뿍 드러내기도 했다. “박 감독의 영화 중 ‘올드보이’를 가장 먼저 봤는데 참 인상적이었다‘며 ”’스토커‘는 화면 색감이 너무 좋았다. 우리집 TV 화면의 밝기를 ’스토커‘를 기준으로 조정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크레취만은 국내 팬들에게 ‘나치 장교 전문 배우’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영화로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크레취만은 “어떤 타입에 맞춰 캐스팅 되는 걸 피하고 싶다”며 “그런 점에서 ‘택시운전사’는 내가 자신있게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8월 2일 개봉.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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