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더불어잘사는 경제를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저녁 청와대에서 기업인 8명과의 간담회가 진행됐던 가운데 이번 '호프미팅'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날 오후 6시께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문 대통령과 기업인은 20여분 가량 맥주잔을 기울이며 호프미팅을 가졌다. 이후 상춘재 앞으로 자리를 옮겨 2시간 10분여간 새 정부의 정책과 다양한 경제 현안을 놓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과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공유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공정경제 등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앞서 밝혔던 내용처럼 시간에 구해받지 않고 격식 없이 간담회를 진행해 당초보다 50분 가량 늦게 끝났다.

문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경제살리기보다 중요한 과제가 없다"며 "경제인들에게 충분히 듣고 싶어 주어진 각본도 정해진 주제도 시간 제한도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는 뜻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마다 경제인들을 초청하는 식사들을 해왔다"며 "과거 만남을 보면 한 번에 많은 분들을 하다보니까 만남 자체에 조금 일방적인 느낌이 들어서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게 두 번으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그리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앞서 이뤄진 '호프미팅'에서부터 문 대통령은 기업인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면서 각 기업인에 따라 '맞춤형' 질문을 각각 던졌다. 

문 대통령은 박용만 회장에게 "지난주에 손자를 보셨다고 들었다"며 "손자, 손녀가 아들딸하고 또 다르죠"라고 말했으며 정의선 부회장에게는 양궁협회를 오랫동안 맡아온 것을 언급하며 "다음 올림픽 때도 전 종목을 석권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직원들에게 피자를 선물해서 '피자 CEO'로 잘 알려진 구본준 부회장과는 피자 이야기를 하며 "우리도 (청와대 직원들에게) 피자를 돌리자"고 말했고, 이에 구 부회장은 "잘하는 부처에 대통령 명의로 보내시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손경식 회장에게는 미국 방문에 동행한 데 이어 이날 간담회에도 참석한 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 권오준 회장에게는 "(미국 정부의 발표가 임박한 '수입산 철강의 안보 영향 조사')기업의 고충을 해소해주는 게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서비스"라고 말하며 격려했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에게는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조치'로 인해 입을 타격이 없는지 묻기도 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가 없다"며 "(중국의 조치가) 완화할 기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함영준 회장과 인사를 나눌 차례가 되자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오뚜기는 중견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한 기업으로, 이번 간담회 참석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함 회장을 보며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말하자 함 회장은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도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호프타임 이후 간담회에서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일자리 창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방안 등에 협조를 구했다. 또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도 세심하게 들었다. 한미FTA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우려도 문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프 미팅에 제공된 맥주는 소상공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맥주의 제품 중 '강서(서울) 마일드 에일'과 ‘달서(대구) 에일’이었다. 제공된 맥주는 서로 부드럽게 화합해 모두가 향기로운 행복을 품을 수 있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안주는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채소·소고기·치즈류로 준비했다. 임 셰프는 호프 미팅 때도 접시를 쓰지 않는 대신 나뭇가지를 꺾어 그 위에 안주를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임서아 기자 limsa@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