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기업은 경제활동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정부는 경제정책을 통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돕는 동반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삼성, SK, 롯데 등 주요 기업 대표들을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업계 입장을 청취한 뒤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일자리 창출이었다. 반면 적폐, 국정농단과 관련한 얘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2차 주요 기업인과의 간담회 겸 만찬에 앞서 열린 '칵테일 타임'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의 칵테일 타임에서 기업인 하나하나 취미나 특성을 언급하며 맞춤형 질문을 이어갔다. 삼성 권오현 부회장에겐 "삼성이 경제성장을 이끌어줘 감사하다"고 했고 최태원 SK 회장에겐 사회적 경제를 거론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실내에서 진행된 비공개 만참 간담회에선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같은 본질에만 충실한 대화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새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 일자리 중심, 소득 주도 성장, 공정 경제와 같은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러지 않으면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며 기업들에 정책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박수현 쳥화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새 정부로선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에서 끌어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양극화·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며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G20 정상회의에 가보니, (패러다임 전환은)우리만 독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한결 같은 고민이자 화두"라며 "새 정부 경제 철학을 기업인들이 공유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요 기업인들은 상생협력 의지를 다지면서도 회사의 애로사항 등을 건의했다.

먼저 황창규 KT 회장은 “4차 산업과 인력 양성에 대해 수요-공급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하여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센터를 대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지원할 것을 건의 드린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KT의 중소기업과 상생협력이나 에너지 혁신 정책, 미세먼지 측정망 보급 등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권오현 삼성 부회장은 “반도체는 ‘당연히 잘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시는데 현재 반도체도 인력 수급 문제에 크게 봉착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반도체 산업과 관련하여 인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이공계 인력 양성, 반도체 소재 장비,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노력, 이런 것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 드린다”고 전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가 40% 이상의 인력을 여성 인재로 채용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규직을 가장 많이 늘려왔다”며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제조업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산업을 육성할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앞으로 3년 동안 롯데의 정규직화 전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창수 GS 회장은 "기업들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많이 내도록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도 이런 기업을 적극 지원해주길 건의한다"고 말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조선업 위축으로 사기가 많이 저하됐지만 가장 힘든 건 조선산업이 사양 산업,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사회인식"이라며 "그러나 조선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라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2019년경이면 조선산업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때까지라도 공공 발주를 통해 자체 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며, 중소 조선업체엔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항공산업의 국제적 치열한 경쟁 속에 조종사와 정비사들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도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 간의 이틀째 간담회는 전날에 비해 다소 침착한 분위기가 연출됐으며, 회동시간도 2시간11분으로, 전날(2시간 39분)에 비해 28분이나 줄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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