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오연서는 영락없는 ‘건어물녀’다. 겉으론 새침하고 도도해 보이지만 실제 성격은 정반대다. 집에서는 머리도 대충 묶고 무릎 나온 트레이닝 복을 즐겨 입는다. 얼마 전 종영한 ‘엽기적인 그녀’ 속 엽기발랄 혜명공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어렸을 땐 더 거침이 없었다”고 웃었다. 이 작품은 사전제작 돼 지난해 여름부터 6~7개월 동안 지방곳곳을 누비며 촬영했다. 바쁜 촬영 스케줄 사이 주어지는 짧은 휴식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촬영장에서는 일에 신경 쓰니 정신이 없다. 오랜만에 쉴 때 행복을 느낀다. ‘엽기적인 그녀’ 촬영 중간에 긴 휴가가 있어서 엄마와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끼리 간 적은 있는데 엄마랑 단 둘이 외국 여행을 간 건 처음이었다. 정말 좋더라.”

오연서는 이미 영화 촬영도 마쳤다. ‘엽기적인 그녀’ 방송 기간에는 박해진과 함께 ‘치즈 인더 트랩’(치인트) 촬영이 한창이었다. ‘치인트’는 평범한 여대생 홍설(오연서)과 엄친아 선배 유정(박해진)이 만들어가는 캠퍼스 연애물이다. 순끼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지난해 드라마로도 제작 돼 인기를 끌었다.

오연서는 “‘치인트’ 웹툰은 어렸을 때 봤다. 원래 팬이었다. 드라마는 막상 보려니까 연기에 영향을 받을 것 같더라. 일부러 안 봤다. 이제 촬영이 끝나서 시간도 많으니까 챙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누워 만화책과 웹툰 보는 걸 좋아한다.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와 이동건 작가의 ‘유미의 세포들’을 재미있게 봤다. 약간 도피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집에선 정말 건어물녀다. 목 늘어난 티에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을 입고 잉여롭게 지낸다. 여름엔 수박 먹으면서 만화책 보는 게 최고”라고 추천했다.

 

오연서는 배우 활동과 일상을 분리해서 보는 편이다. “사생활과 연기적인 부분을 떼어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바쁜 활동 속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연기할 때도 행복하지만, 친구들과 생일파티 하거나 맛있는 저녁을 먹으면서 “더 행복을 느낀다”고 짚었다.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침대에 누워서 미드, 만화를 보는 게 재미있다. 정말 행복하고 영원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이런 휴식이 좋다가 가끔 심심하다. 뭔가 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연달아 두 작품을 해 일상생활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터. 촬영에 들어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푹 빠진다. 이번에는 유독 남자배우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엽기적인 그녀’는 주원, ‘치인트’에선 박해진과 호흡 맞추며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특히 주원과는 1987년생 동갑내기다. “사실 선후배들과 나이 차이가 나면 아무래도 조심스러운데 동갑이다 보니까 빨리 친해졌다. 호칭도 ‘야, 연서야, 주원아, 견사부, 마마’라고 반말로 하고 장난도 많이 쳤다”고 회상했다. 분위기 메이커는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역시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극중 전지현이 차태현에게 “견우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잔가 봐”라고 고백하는 신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드라마에선 조선시대 배경과 함께 ‘견사부’로 호칭이 바뀌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다르게 보일까 고민했다. 주원에게 ‘견사부~’ 하면서 애교 부리는 장면이 있었다. 감독님이랑 주원이 귀여운 척 하지 말라고 하더라. 감독님은 모니터 하면서 토했다(웃음). 촬영장이 이런 분위기였다. 주원이 정말 귀엽다. 촬영할 때 한참 트와이스 ‘티티’(TT)가 유행이었는데 바로 따라 하더라. 춤도 쳐주고 재미있었다.”

 

‘치인트’ 촬영도 돌아보면 매 순간 행복했다. 막내인 신예배우 김현진과 함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박해진은 오빠답게 의지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줬다. “훈훈한 분위기에서 잘 찍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오연서는 홍설 역에 잘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 제작 소식이 들리자 대중은 오연서를 홍설 캐릭터로 적극 추천했다.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외모적으로 싱크로율을 많이 맞췄다”고 털어놨다. 염색을 좀 더 밝게 하고 파마머리에도 도전했다. 함께 촬영한 스태프와 배우들이 “진짜 홍설 같다”고 칭찬할 때 행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오연서는 어느덧 데뷔 16년 차다. 2002년 걸그룹 러브(Luv)로 데뷔, 배우로 전향했지만 오랜 무명 생활을 겪었다. 그래서 “지금 배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더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없다. ‘죽을 때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항상 한다. “예고와 연극영화과를 나왔는데 연기를 포기한 친구들이 정말 많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선택되어지는 것 아니냐. 일을 하려면 항상 선택 당해야 된다. 뭔가에 집착하려고 하지 않는다. 제일 어려운 거지만 자꾸 비어내려고 노력한다.”

오연서에게 가장 큰 행복을 주는 사람은 ‘가족’이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나 다름없다. 오랜 배우생활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힘이 돼줬다. 20대는 질풍노도의 시기여서 “계속 파도 치는 인생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잠잠해졌다”고 회상했다. 돌아보면 “정말 정신 없이 열심히 살았다. 여태까지 입체적인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조금 정적인 캐릭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직도 못해본 역이 많다. 액션에 도전 해보고 싶다. 섹시한 역할도 자신 있다.” 사진=이매진아시아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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