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레전드의 귀환은 화려했다. 관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등장한 오프닝은 복싱 빅매치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임요환 선수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블리자드 제공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도 이런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e스포츠의 시초이자 전설이 된 스타크래프트가 리마스터로 부활을 알린 것.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 "20년 뒤에도 스타를 리마스터링 하고 있을 것"

마이크 모하임 CEO는 “20년 뒤에도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를 리마스터링 하고 있을 것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하스스톤, 오버워치 등 콘텐츠 강자 블리자드를 있게 한 스타크래프트를 잊지 않겠다는 의중이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가 인터뷰를 통해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OGN 중계방송 캡쳐

스타크래프트 전성기에 활동했던 국내 프로게이머들은 리마스터 출시를 반가워 하면서도 조금 빨리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표출했다.

임요환은 GG투게더 레전드 매치 전 인터뷰를 통해 “스타크래프트가 지속적인 관리를 받았다면 지금 같이 (e스포츠)정규리그에서 빠지지 않고 버텼을 것”이라며 “온라인 게임도 관리가 부족하면 (인기가)죽는 것처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앞으로 블리자드가 어떻게 관심을 갖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박정석은 후배들이 프로게이머를 포기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인터뷰에서 박정석은 “후배 게이머들이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중단 이후 BJ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설 무대가 없기 때문인데 리마스터 출시를 계기로 스타 리그가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브라인드베커 부사장이 부산 광안리를 찾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모습. OGN 중계방송 캡쳐

레전드 게이머들의 바람대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블리자드 킬러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GG투게더 행사에 로버트 브라이든베커 기술전략 및 기획부문 부사장, 피트 스틸웰 선임 프로듀서, 그랜트 데이비스 선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리마스터 개발진들이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브라인드베커 부사장은 “스타크래프트는 20여년간 플레이 해온 게임이지만 향후 20년 후에도 할 수 있게 (리마스터 버전을)만들었다”며 “과거보다는 약하지만 여전히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는 선수들과 팬이 있는 것을 안다. e스포츠도 매우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화제의 레전드 매치 "노병은 죽지 않는다"

GG투게더의 메인 이벤트인 레전드 매치는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열띤 응원속에 진행됐다.

1세대 프로게이머 국기봉과 기욤은 각각 블리자드코리아 팀장과 방송인으로 활동하다가 오랜만에 마우스를 잡았다. 양 선수는 서툰 첫 경기를 지나 두 번째 매치에서 전성기 만큼의 공방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임요환-홍진호의 임진록을 비롯해 박정석과 이윤열의 프로토스-저그 대결까지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국기봉 선수가 블리자드 직원 신분을 잠시 내려 놓은 채 레전드 매치를 준비하고 있다. 블리자드 제공

김택용, 이제동, 이영호 등 3인간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연출하며 관객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당초 11시 10분으로 계획됐던 경기 시간은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이 됐지만 현장을 찾은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영호는 현역 게이머 3인방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경기력으로 2승을 챙기며 최강자로 올라섰다. 1992년생 26살 막내의 화려한 컨트롤은 부산 광안리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어떻게 달라졌나?

레전드 매치를 통해 공개된 리마스터는 선명한 화질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UHD 와이드스크린 해상도를 지원해 4K 수준의 그래픽을 체험할 수 있다. 기존 스타크래트의 경우 줌인하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리마스터는 깨지지 않는 선명한 화질로 유닛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맵을 가로지르는 계곡에 물안개가 끼어 있다는 것도 리마스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리마스터 버전이 적용된 기욤 패트리의 프로토스 진영. OGN 중계방송 캡쳐

김정민 해설은 레전드 매치를 중계하면서 “리마스터를 하기 위해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UHD모니터를 장만할 것”이라며 그래픽을 극찬했다.

확 바뀐 그래픽을 지원하면서도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해 기존 유저와 신규 게이머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F5키를 누르면 기존 버전과 리마스터를 교차할 수 있는데 몇 판만 해보면 새 버전을 고집할 수 밖에 없다고 블리자드 관계자는 귀띔했다.

GG투게더가 열린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전경. 블리자드 제공

리마스터의 등장은 온라인 게임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이라며 “리마스터를 통해 스타크래프트가 부모와 자녀 세대를 아우르는 게임으로 거듭나 온라인 게임 시장에도 기분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30일부터 가맹 PC방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정식 출시는 다음달 15일이다.

부산=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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