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신진주]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에 노력해주세요“(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첫 회동에서 총수와 기업인들은 한목소리로 문 대통령의 주문한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간 상생 실천을 약속했다.

재계는 문 대통령의 맞춤형 질문을 통해 경영애로와 건의사항을 시원하게 털어놨지만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상생 당부에 대한 후속조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국정정책에 맞춰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논의 중”이라며 “정부도 기업의 노력을 알아주고 규제 개선과 신규 투자 등을 지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2차 주요기업인과의 간담회 겸 만찬에 앞서 열린 '칵테일 타임'에서 기업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연합뉴스

3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7일과 28일 양 일간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과 관련해 추가 논의가 이뤄졌던 만큼 간담회를 마친 재계는 곧바로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삼성전자와 한화그룹 등은 일자리 창출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 작년과 비교해 약 20%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상시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SK그룹은 사회적 기업 100여 개를 200여 개로 늘릴 예정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상생에 집중한다. LG그룹과 현대차 등은 협력업체를 위해 ‘상생펀드’를 조성해 2~3차 협력업체를 직접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GS는 계열사 GS리테일의 가맹점주에 대해 최저 수입 보장 제도를 확대한다.

재계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이처럼 고군분투 중이지만 외우내환에 빠진 기업들의 현안은 녹록치 않다.

재계는 반도체 및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인력 수급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분기 반도체 물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인력은 부족한 상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인력 역시 해외와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할 때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인력 수급 문제를 언급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인력 해결을 위해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센터’를 건의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경제보복도 정부가 신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순이익이 ‘반 토막’ 났고, LG그룹의 중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중국에 가로막혔다.

사실 우리나라 산업경제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곳은 조선업이다. 조선업은 우리나라가 포기할 수 없는 분야인 동시에 이미 세계적인 기술 수준에 도달해있는 산업이다. 이에 최길선 현대중공업회장은 ‘조선업 불황 극복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간절하게 부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이 경제악화, 오너 부재 등 다양한 이유로 대규모 투자 계획 또는 채용확대 등을 계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의 일자리를 늘려 나서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맥주로 건배하고 있는 모습이다./연합뉴스

■ 신동빈·정용진 서비스산업 육성 ‘강조’

유통 ‘투톱’ 기업인 롯데와 신세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서비스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 이를 위해 문 대통령에게 서비스 산업 육성대책을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두 기업의 수장들은 내수경기 침체, 출점·영업규제,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현재 유통업이 처한 위기에 고민이 많았다. 여기에 두 기업의 미래먹거리 사업인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 밝혀지면서 걱정은 배가 됐다.

이에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번 대통령과 만남 주제가 ‘일자리 창출과 상생’이었던 만큼, 복합쇼핑몰 유치로 인한 채용 효과를 부각시켜 유통 산업을 겨냥하고 있는 규제의 칼날을 완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간담회 당시 정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신 회장은 “롯데가 40% 이상의 인력을 여성 인재로 채용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규직을 가장 많이 늘려왔다”며 “앞으로 3년 동안 롯데의 정규직화 전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신 회장은 서비스 유통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조업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서비스 산업 육성대책을 건의했다. 신 회장이 언급한 대로 실제 한국은행에 조사결과,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2배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쇼핑몰 1개가 새로 출점하면 3,000여 명 이상이 한 번에 일자리를 갖게 되고 대형마트의 경우 5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예로, 작년 문을 연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서만 5,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됐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경우는 취업 유발 인원만 2만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가 처한 위기상황을 (간담회 자리에서)에둘러 전달한 듯하다”면서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방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상황(유통산업 규제 강화 조짐)이 나아지길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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