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오던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이에 따른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중국의 우려 표명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 추세가 바뀐 것인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사드 추가 배치로 북할 리스크와 반도체 정점설 등으로 외국인들은 지난달 24일부터 6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31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28일 장에서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598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를 1.73%나 끌어내렸다. 

이날 장에서도 외국인은 3,000억원이 넘는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6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선 것이다. 특히 28일 북한이 오후 11시 41분 경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 화성-14 1발을 발사하면서 외국인들은 정보력을 과시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4기 발사대 임시배치 지시를 내리면서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이 다시 한번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곧바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사드 보복 여파로 이미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7.8% 급감한 1,016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강화된다면 3~4분기 실적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을 작성했다. 연속 7개월간 주가가 상승한 건 197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만일 이날 종가가 지난달 30일 종가인 2,391.79보다 아래로 내려가면 코앞에 보였던 8개월 연속 상승의 ‘대기록’도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다. 다행히 장 막판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지만 외국인 매도세는 지속되고 있다.

더더욱 우려를 높이고 있는 것은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종목의 하락세다. 이전부터 돌던 ‘반도체 업황 정점설’이 현실화되면서 외국인이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들어 외국인이 28일까지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1조2,585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5,769억원)이 뒤를 이었다. LG디스플레이(2,048억원), LG전자(1,304억원) 등 다른 IT 종목도 외국인의 외면을 받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만, 외국인이 추세적으로 ‘셀 코리아’에 돌입한 것은 아니고, 일시적 차일실현에 나선 것으로 판단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셀 코리아에 나섰다면 전 업종이 하락해야 하는데, IT업종만 하락하는 것을 보면 그간 상승세가 컸던 IT 종목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외국인이 추세적 매도세로 돌아섰거나 국내증시가 하락장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 정점설에 대해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추가 증설에 대한 얘기를 자제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급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며 “3분기에도 반도체 업황은 괜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세적 상승장이라도 기술적 조정은 필요하다”며 “펀더멜털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지금은 IT업종 종목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어 잘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