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전에 없던 은행’ K뱅크(케이뱅크)에 한 번, ‘같지만 다른 은행’ 카카오뱅크에 또 한 번 놀란 시중은행들이 두 가지 전략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은행들은 ‘애플리케이션(앱)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올 초부터 앱 다이어트에 들어갔는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아예 주요 기능을 하나의 대표 앱에 담은 은행도 나왔고 저마다 앱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대면거래를 통한 고객 확보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사진=카카오뱅크 페이스북

 

■ 원(One)앱 전략 카카오뱅크에…시중은행, ‘앱부터 손질’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S뱅크’와 ‘써니뱅크’로 나뉜 모바일 앱을 통합해 단일 플랫폼에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 사장 재직 시절부터 디지털에 밝았던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이 분야에서의 전략을 강화하면서 인터넷은행에 맞서는 비대면 경쟁력과 모바일 경쟁력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해석이다.

국민은행도 비대면 간편뱅킹앱 ‘리브(Liiv)’ 전면 개편에 나섰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액 신용대출 부분이다. KB스타클럽 골드스타등급 이상이면 최고 300만원까지 간편하게 대출이 가능한 리브전용 대출 상품인 ‘KB 리브 간편대출이 새로이 선을 보였다.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QR코드와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간편송금서비스도 탑재해 고객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결제·교통·선물 등 다양한 기능을 이 앱 하나로 모아 일상생활과 함께하는 모바일 지갑으로 거듭나는 것이 이번 서비스의 개편 방향”이라고 말했다.

간편함과 직관성을 무기로 내세운 카카오뱅크를 보며 원앱 구사 전략을 좇고 있지만 앱의 통폐합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A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스마트뱅킹 업무가 점차 세분화됨에 따라 앱도 늘어난 것”이라며 “출시된 앱들을 하나의 부서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금융부, 핀테크사업부 등 각 부서별로 업무에 따라 각각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앱의 통합운영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 대면거래도 놓칠 수 없다…“인터넷은행과 구별되는 전문영역 구축할 것”

앱 강화로 비대면거래 고객도 잡아야 하지만 디지털에만 모든 역량을 쏟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5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실질이용률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벌써 제기됐다. 눈에 보이는 가입자 수와 실제 뱅킹을 이용하는 실사용자 고객은 분명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대면거래만을 앞세워 영업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은행원은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고령층 고객들만이 영업점을 찾는다는 오해가 있는데 젊은 고객들 중에서도 어쩔 수 없이 창구를 찾아야만 하는 금융업무로 지점을 찾았다가 이루어지는 부가적인 거래도 꽤 된다”며 “비대면 뱅킹이 편리하고 빠르긴 하지만 이를 통해 고객 스스로 상품을 가입하거나 비교하는 것에 있어서는 젊은 고객들에게도 아직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점포가 없이 운영한다는 것은 역으로 기존 은행들에게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영업에서 금융소비자와의 접점을 이어갈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온라인·모바일·오프라인에서 인터넷은행은 그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고유한 영역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 ‘고유한 영역’의 예시가 바로 자산관리(WM) 분야다. 저마다 자산관리 시장에서의 파이를 키워나가기 위해 힘을 싣고 있다. WM 시장의 대중화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액자산가에만 집중됐던 PB서비스가 일반 고객으로 확대됐다.

C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비대면에서 치고 올라온다고 걱정할 것이 없다”며 “비대면에서 할 수 없는 영역들에서 기존 은행들이 역량을 강화하고 서로 잘하는 영역을 넓혀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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