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최순실이 승마협회 문제점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말했고,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질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순실 말 안들어주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에 대한 어떤 비난과 험담을 할 지 몰라 최순실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으로 출석했다./연합뉴스

장 전 차장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으로 출석,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향해 승마지원이 부족하다고 질책했다고 증언했다. 장 전 차장은 과거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로 불리는 미래전략실의 2인자로 그룹의 대외 업무를 총괄한 인물이다.

이날 장 전 차장은 최 씨가 승마지원 문제로 대통령에게 삼성을 비방했고, 이에 삼성이 승마지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주장하면서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최씨 딸인 정유라를 특정해 승마지원 부족을 지적한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전 차장은 이 부회장에게 최 씨는 물론 그녀의 딸 정 씨에 대한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최 씨에게 부탁은 물론 청탁도 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저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최 씨를 우려해 어쩔수 없이 요구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장 전 차장은 올해 1월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도 번복했다. 그는 "사실 대통령이 지시했는지 안 했는지 그 여부는 알 수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정 씨를 지원했다는 당시 진술은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나서 추측한 진술이었다"고 설명했다.

장 전 차장은 '잘못된 추측'으로 진술한 것 같다고 강조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마친 이 부회장에게서 영재센터 2차 후원 계획안이 든 봉투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서 봉투를 받았다"로 번복했다.

장 전 차장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서 봉투를 받아 자신에게 전달한 것은 시간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판 과정을 통해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재센터 자료라는 게 청와대 외에는 받을 데가 없어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 후 받아왔겠구나 생각해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최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고 삼성이 후원했다. 삼성 측은 영재센터가 최씨와 장씨가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에는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에 후원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돼 내일(2일) 소환 예정이었던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이날 오전 구인장을 발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 집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이에 따라 50차 공판은 이날 장 전 차장의 신문이 늦어져 진행하지 못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과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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