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청춘의 다양한 색을 드러낸 KBS2 종영극 ‘쌈, 마이웨이’에서 박혜란(이엘리야)은 꼴통 판타스틱4라 불린 고동만(박서준), 최애라(김지원), 김주만(안재홍), 백설희(송하윤)와 결이 다른 존재였다. 극중 박혜란은 늘 자신이 원하는 걸 분명하게 알았고 그것을 갖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할 줄 알았다. 한 때 남자 친구였던 고동만은 혜란이 다른 남자와 만날 때도, 헤어지고 나서는 더더욱 그림자 애인처럼 지내야 했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제일 사회적인 성취도 있었고 성격도 도도했죠, 혜란이는. 캐릭터 자체가 말을 많이 안 해도 다른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동만 옆에 있는 애라에게 ‘거슬려요, 언니’라고 했었는데, 혜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 보거든요. 친구라는 이유로 항상 자신의 남자 옆에 있는 여자. 당연히 마음에 걸리지 않겠어요. 하지만 직업적인 면이나 성격 등이 애라와 다르다 보니 시청자 분들은 그런 장면들을 보며 분노하셨으리라 생각해요.”

이엘리야는 혜란을 연기하며 가끔 외로웠다. ‘연기는 연기’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해 봐도 자신의 이름으로 쓰인 비난에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안 보는 게 내가 일상을 유지하고 연기하는 방법이겠다’ 싶어 어느 순간부터 댓글을 보지 않았다. 물론 그래도 외로웠다.

“악역의 어쩔 수 없는 고충인 것 같아요. 반응을 즐기질 못 하니까요. 칭찬도 받고 싶고 잘한 부분이 있으면 응원도 받고 싶은데… 식물도 예쁜 말을 해주면 예쁘게 큰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열심히 해도 (사람들이) ‘너 왜 나타났어!’라고 하니까. 나름 혜란이 입장에선 한껏 꾸미고 준비하고 나름 열심히 한 건데(웃음). 주인공들에 비해 인물 서사가 충분하지 않으니까 이해를 시키고 공감을 얻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고요. 가끔씩 그런 마음을 외로움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쌈, 마이웨이’는 이엘리야에게 좋은 추억이다. 지금껏 여러 작품을 했지만 이렇게 시원하게 끝난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아, 열심히 했다. 개운하다 싶다”며 웃었다.

“100% 만족하긴 어렵지만 주어진 상황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래서 아쉽지 않고 만족하려고 하고 기분 좋게 생각해요. 특히 드라마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그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드라마가 청춘들이 겪는 현실을 많이 보여 줬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공감을 많이 해준 것 같아요. 그 와중에도 우리 주인공들이 ‘내 현실은 이래도 나는 고(go)! 할 거야. 내가 있는 곳이 메이저야’라는 식의 사고를 하는, 에너지 넘치고 밝은 인물들이라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드라마를 보고 많은 분들이 힘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저도 힘이 나죠.”

20대 후반을 걸어가고 있는 이엘리야에게 ‘쌈, 마이웨이’는 또 하나의 청춘의 기록으로 남았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이엘리야는 또 다른 아름다운 일기들을 써나갈 것이다. 연기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제 청춘을 정의한다면요? 글쎄, 아직 ‘ing’라는 거? 그 이외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만났던 친구들이 지금 절 보면 ‘엘리야는 참 한결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 줘요. 돌이켜 보면 지난 시간들은 내가 내 나름대로 자신을 돌아보고, 되뇌고, 지키려고 했던 노력들이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 사람들이 절 어떻게 보게 될지, 제게 어떤 수식어가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본질에 집중하면서 그렇게 항상 변함 없는 사람이고 싶어요. 현실, 시류에 휩쓸리고 성공과 커리어를 바라는 대신 연기에 대한 애정,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꽃을 주고 싶은 마음, 그런 순수한 본연의 감정들 있죠. 그런 걸 지켜나가고 싶어요.”

사진=이호형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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