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패러다임으로 정보기술(IT) 인력이 은행의 경쟁력이 되자 은행들이 앞다퉈 IT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하반기 채용에 있어 IT 부문에 따로 쿼터를 줬다는 것이다. 외부 인재 영입에 보수적인 입장이던 은행들이 경력직으로 IT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의 인재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대학교와 손을 잡는가 하면 자체 IT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은행까지 생겼다.

정보기술(IT) 인력이 은행의 경쟁력이 되자 은행들이 앞다퉈 IT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사진=한스경제DB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에만 지난해 채용 규모(150명)의 두 배 수준인 300명을 뽑는 우리은행은 일반직과 정보기술(IT) 부문, 디지털 부문 신입 행원으로 직군을 나눠 원서를 접수한다.

기존에는 IT 인력을 함께 뽑았다. 우리은행이 은행원과 별도로 IT 인력을 공개 채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일반직 신입행원을 뽑을 당시 150명을 최종 선발하고 그 중에 30.7%는 이공계 및 IT전공자를 선발했는데, 이 비율이 금융권 최대 규모였다”며 “블록체인, 빅데이터, AI 등을 활용한 디지털 채널 중심의 서비스가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T 인력에서의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력직 채용에도 IT 인재의 몸값은 높아졌다. IT를 앞세운 K뱅크·카카오뱅크 출범으로 기존 은행에서 근무하던 IT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 인력 유출과 기술 유출이라는 두 가지 당면과제에 놓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사업모델(BM)을 발굴하는 ▲디지털 비즈니스 플래너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분야에서 경력직을 모집한다 .

국민은행 역시 올 하반기 공채와 별도로 IT 전문인력을 선발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T 인력을 별도로 뽑았었는데 그동안은 이공계 및 IT 인력의 지원자 규모를 보고 채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디지털 업무를 담당할 직원 20명을 새로 채용했다. 농협은행은 하반기 범 농협 채용으로 200명 정도를 뽑을 계획인데 이 중 은행에서의 채용은 지난해 인원과 비슷한 100여명 정도가 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보통 은행 채용 인원의 1/3 이내가 IT 인력이다”며 “150명 중에 50명이 IT 인력으로 최대 비중이었던 2014년 하반기 이래 이 비율이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을 경영전략이나 영업추진 등과 떼어두고 생각할 수 없다는 인식이 금융권에 확산하면서 외부 인재 영입으로 디지털 유관 부서에 힘을 싣고 있는 곳도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월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의 초기 사업모델을 설계한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대표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금융권에서는 조 본부장을 영입한 것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경영 목표 중 하나인 ‘디지털 전환’을 맡기기 위해서인 것으로 봤다. 조 본부장은 지난 2011년 신한은행의 디지털 사업모델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모바일뱅킹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은행 밖에서 IT 인재를 키우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달 서울대학교 빅데이터연구원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연구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첫 번째 협력과제로 농협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 핵심인재 양성과정’을 공동으로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전 사업분야에 활용 가능한 IT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이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이강신 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은 “금융 분야는 IT 등 다른 산업과 융합이 용이하고 혁신의 속도가 빠른 만큼 선제적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KEB하나은행은 은행 자체적으로 IT 인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지난 달 뽑힌 ‘디지털 스타스(DIGITAL STARS)는 미래금융과 관련된 연수 프로그램 수강, 디지털 금융혁신 포럼·세미나 참석, 디지털 금융 혁신상품·서비스 제안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은행의 핵심부서라 하면 전략기획실과 인사부 등이 꼽혔었는데 핀테크 부서 등 디지털 금융 조직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은행들이 디지털 강화를 외치는 것이 기존 은행권의 공통된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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