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다주택자 실망 매물 나올 듯, 전세시장 불안 우려

[한스경제 최형호] 핀셋규제에서 전방위규제로 확대 전환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하반기 분양시장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 투기 과열을 좌시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자칫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요자 중심의 대책이 선의의 실수요자에게 오히려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정부는 2일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투기과열지구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조합설립인가 이후 전면 금지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내려가는 등 20개 가까운 규제가 동시에 적용되는 초강력 투기 억제책이다.

그동안 정부가 '선별적 핀셋 규제'를 앞세워 11·3대책에서 약강도, 6·19대책에서 중강도 수준의 규제를 해왔기에 이번에 고강도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업계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전방위 종합대책이 나왔다며 긴장했다.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으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투기과열지구를 잡으려다 금융대출 강화로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볼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규제의 강도가 너무 강하면 부동산 시장의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크다. 이번 초강력 규제로 인해 수요 측면에서 주택 투자 욕구가 사전에 차단되면서 주택 구매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규제로 인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당장 식히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에 '2년 거주' 추가 등의 규제가 가해지면 투자자는 물론 수요자들까지 위축될 것”이라며 “결국 이런 현상이 하반기 분양시장으로 이어져 침체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 수도권입주물량에 따른 내년도 초과이익환수제도 시행 등을 두고 볼 때, 이번 초강력 규제는 분양시장에 긍정보단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것은 민간투자를 위축시켜 전세난이 심화되는 등 서민 경제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초강력 규제로 인해 수요 측면에서 주택 투자 욕구가 사전에 차단되면서 주택 구매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그 전에 서둘러 집을 팔려는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정에 집을 팔려는 수요는 많은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부동산 시장이 경색될 수 있는 위험도 감지된다.

이달 말 발표될 가계부채대책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시행 시기가 앞당겨지고 시행의 강도가 높을 경우 부동산 시장에는 치명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규제가 시행되면 한시적으로나마 지엽적으로 과열된 시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년까지 아파트물량 공급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지나친 규제는 내 집 마련을 의한 실수요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부동산 시장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로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시장도 불안정해질 전망이다.

수도권내 아파트 전세가율이 현재 70∼80%로 높아진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반대로 매매수요가 전세로 돌아서면 전셋값이 급등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분양시장 타격도 불가피하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청약조정지역 내 주택담보대출과 중도금 대출 보증건수 등을 대폭 제한했다.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 등에 묶여 청약을 못할 경우 경쟁률이 떨어지는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투기지역은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종전 인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강화돼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1건 있는 경우 2년 내 기존 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청약 수요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내놓는 규제의 강도에 따라 하반기 부동산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이번 규제는 다주택 소유주에겐 세수 부담이 가중돼 임차인에게 전세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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