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ㆍ야유ㆍ맥주 허용하는 ‘골프 해방구’ 도입은 어떨까
함성ㆍ야유ㆍ맥주 허용하는 ‘골프 해방구’ 도입은 어떨까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7.08.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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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골프 해방구 모습./사진=KPGA 제공
2016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갤러리들 모습./사진=K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조용히!’

국내 골프장에서 프로 대회가 열릴 때면 진행요원들은 이러한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홀마다 배치된 진행요원들은 선수들이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면 갤러리들의 사진 촬영을 자제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찰칵’ 하는 소리 하나가 승부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에선 ‘정숙함’이 일종의 미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정숙함을 조금은 깨야 할 필요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골프 해방구’이다.

이는 ‘파격’에 가까운 것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오픈은 골프 해방구로 흥행 대박을 친 대회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회 16번홀(파3)은 ‘골프 해방구’다. 홀 주위엔 최대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탠드가 설치돼 있다. 갤러리들은 여기서 맥주를 마시며 선수들에게 환호와 야유를 마음껏 보낼 수 있다. 분위기가 흡사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장을 연상케 해 매년 이 대회를 찾는 갤러리 수만 해도 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도 지난 해 6월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골프 해방구’가 도입돼 화제를 낳았다. 피닉스오픈의 골프 해방구를 이 대회에선 15번홀(파4)로 옮겨 놨다. 이 곳에선 함성을 지르고 맥주를 들이키며 관전하는 게 가능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흔히 엄숙한 분위기의 골프장에서 막상 함성을 지르자니 어색함 때문에 머뭇거리는 갤러리 분들도 있었다”며 “그래도 많은 분들이 색다른 분위기에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다만 올 해 이 대회에선 골프 해방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 해 갤러리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KPGA의 한 관계자는 1일 본지와 통화에서 “대회 장소가 경상남도 남해에 위치한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이었다. 워낙 경치가 좋은 곳이라 주최 측에선 각종 인공 장치물 설치도 축소하며 갤러리 분들이 자연 경관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난 해 대회와는 컨셉트가 달랐을 뿐이다”고 말했다.

여자골프에 비해 인기가 덜 한 국내 남자골프는 선수와 갤러리간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PGA 관계자는 “지난 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우승자인 이상엽(23ㆍJDX멀티스포츠)은 대회 마지막 날 골프 해방구에서 3번 우드를 잡았다가 갤러리 분들이 드라이버로 치라고 권유해 드라이버로 바꿔 쳤다. 선수와 갤러리들이 소통한 사례”라며 “당시 주최 측에서 골프 해방구를 만들자는 제안을 해 와 협회도 긍정적으로 보고 설치했는데, 선수와 갤러리들의 간격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닉스오픈의 16번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선 경기 시작 때 디제이가 디제잉을 하기도 한다. 국내 대회들을 모두 그런 식으로 진행하긴 힘들겠지만, 특색 있는 몇몇 대회나 홀들에선 그런 퍼포먼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며 “응원하러 온 갤러리들이 본의 아니게 잡음을 내다 눈총 받는 경우를 줄이고자 해방구를 만들어 주고 싶다. 때문에 사진도 ‘아예 찍지 마세요’가 아니라 ‘1분 뒤 경기가 시작되니 지금부터 30초간 많이 찍으세요’라고 권하며 갤러리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밖에도 협회는 올 해 ‘우리 모두 하이파이브’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1번홀과 10번홀 시작 때 선수들이 티잉 그라운드로 올라가면서 갤러리 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통이 강조되는 세상이다. 정숙함이 요구되는 골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부분적으로라도 골프 해방구를 도입하면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필드에서 선수들과 갤러리들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즐거움은 커지고, 이는 곧 골프의 인기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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