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내연기관의 운명은 바람앞에 놓인 등불 신세가 됐다. 하지만 일부 업계와 전문가들이 높은 신뢰를 재확인하면서 부활의 가능성도 적지는 않은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에 있는 각국 정부들은 내연기관 퇴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DB

 

지난 달 프랑스는 2040년부터 휘발유와 디젤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기로 결정했다. 영국도 이와 같은 안을 내고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르웨이는 이보다 더 빠른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등록을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을 낸 바 있다. 인도도 2030년부터는 전기차만 팔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도 여러 국가와 지방정부는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기로 했거나, 퇴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계 정부가 이처럼 내연기관차를 몰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클린 디젤’의 신화가 깨졌기 때문이다. 2015년 일어났던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르노와 FCA, 메르세데스-벤츠에까지 조작 의혹이 번지면서 내연기관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도 이런 정부 정책에 발 맞춘 미래 계획을 속속 내보이는 중이다. 볼보는 2019년부터 전기모터를 단 차만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직 이 같은 극단적인 발표는 없지만, 업계 대부분은 꾸준히 내연기관 차를 줄이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내연기관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믿음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벤츠는 최근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불거지는 중에서도, 디젤엔진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확언했다.

아직 이런 입장을 낸 곳은 벤츠 뿐이지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비공식적으로나마 이런 벤츠의 결정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디젤엔진에 대한 믿음이 크다.

이들이 디젤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알려진 것과 달리 디젤엔진은 배출가스의 주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문제가 됐던 차량 대부분은 조작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했다. 단지 표시한 것보다 많은 양을 뿜은 것뿐이었다. 디젤게이트의 본질은 환경오염이 아닌 과장광고였던 셈이다.

디젤엔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여전히 높은 기대를 받는 이유다. 디젤엔진은 작동 원리가 아주 단순해 쉽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디젤엔진은 이미 가솔린엔진보다 효율이 높다는 높이는 데 성공했다. 또 폭스바겐은 최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이용해 효율을 30%나 높인 '슈퍼 전기 디젤'을 개발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또 디젤엔진은 자본주의 사회의 궁극적인 친환경차라는 평가도 받는다. 업계간 경쟁을 위해서는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이고, 이를 위해 연소율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미세먼지 배출량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는 만큼, 원가도 낮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

대안에 대한 불신도 크다. 현재 내연기관을 대체할 차종으로 주목받는 것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다. 이들은 디젤엔진만큼 힘이 강력하지 않을뿐 아니라, 충전시간도 길어서 실용성이 떨어진다. 특히 아직 전기의 재료 대부분이 화석연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적으로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 업계 전문가는 “아직 내연기관의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정부들이 너무 성급하게 나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내연기관이 여전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제 퇴출 여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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