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올해 재계 총수들의 여름휴가는 망중한을 즐길 겨를이 없다. 매년 총수들은 8월 첫째 주 전후로 휴가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새정부의 '일자리 창출' 및 미국과 중국 대응 등 국내 주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자택이나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 왼쪽부터)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아래 왼쪽부터)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각사 제공

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달 말부터 대부분 직원이 휴가를 떠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휴가 기간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서울 한남동 저택에서 경영구상에 집중한다. 최근 대내외 현대차의 상황이 힘든 탓이다.

현대차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계속해서 판매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현대차는 지난 2분기까지 순이익이 '반 토막' 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향후에도 신흥 시장의 성장세 둔화, 선진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등 악재들이 하반기에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현대차의 고민은 상당하다. 

기업 내부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결렬을 선언,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노조가 올해 파업에 들어가면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6년 연속 파업이다. 국내외 현대차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정 회장은 휴가기간 동안 하반기 경영 전략 모색에 몰두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출국금지가 풀렸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여름 휴가를 자택에서 보낼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새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10년 동안 500억 이상씩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하고 있지만, 올해 새정부의 정책에 맞추기 위해 더 구체화할 대안마련에 나선 상태다. 

최 회장은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건 등 경영 현안을 챙겨야 한다. 현재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은 더딘 상태다. SK하이닉스의 지분 전환 조항,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갈등 등 돌발 변수로 인해 최종 계약이 미뤄지고 있는 탓이다. 최 회장은 도시바 반도체 인수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할 방안을 휴가 동안 구상할 예정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현재 가족들과 한남동 저택에서 시간을 보내며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 회장은 휴가 기간에 특별한 여행 계획은 잡지 않았고 쉬면서 하반기 경영 구상을 위해 고민할 것으로 전해졌다. 화두로 떠오른 상생경영 확대와 하반기 경영계획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도 조용하게 휴식일정을 보낸다. 구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간담회에도 참석하는 등 최근 그룹 내 실무적인 부문에서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구 부회장도 휴가동안 하반기 경영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특별한 휴가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휴식을 취하며 신재생에너지 등 그룹 미래 먹거리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구상에 몰입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또 그룹 내 비정규직 85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발표했던 만큼 후속대책도 고민 중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달 중 한 주가량 가족과 조용한 휴가를 보낸다. 권 회장은 새 정부 기조에 발맞춰 상생협력과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하반기 경영전략에도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아직 특별한 휴가 계획은 없다. 평소 조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성수기를 맞아 여름휴가 없이 정상 근무해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계속되는 재판 출석으로 인해 여름휴가를 즐기지 못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들이 최근 경영악화와 새정부 정책에 신경 쓰느라 휴가 기간 동안 여유 있는 휴가는 힘들 것"이라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하반기 전략을 구상하면서 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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