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왼쪽)과 신봉선이 2일 KBS2 ‘개그콘서트’ 리허설에서 새 코너 ‘대화가 필요해 1987’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선배들 모으고 예전 인기코너 살리는 게 답일까.’

위기에 몰린 KBS2 ‘개그콘서트’(개콘)가 OB멤버들로 완전 무장했다. 김대희를 비롯해 안상태, 장동민, 박휘순, 박성광, 신봉선, 김지민, 강유미 등이 일제히 복귀했다. 각종 여혐 및 비하 발언을 일삼는 장동민까지 끼워 넣어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개콘’은 공중파에 마지막으로 남은 코미디프로그램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개콘’ 측은 지난 2일 ‘대화가 필요해 1987’과 ‘봉숭아학당’ 코너 녹화 현장을 공개했다. ‘대화가 필요해 1987’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 여간 선보인 코너 ‘대화가 필요해’의 프리퀄 버전이다. 장동민은 지난해 tvN ‘코미디 빅리그’(코빅)에서 한부모 가정 비하 논란으로 하차한 뒤 1년 여 만에 복귀했지만,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부자관계였던 김대희와 장동민의 역할이 뒤바뀐 점이 재미를 더했다. 엄마 역의 신봉선은 김대희를 짝사랑하는 대학 후배로 등장했다. 신봉선의 대표 유행어인 “뭐라 쳐 씨부리 쌌노”는 추억에 젖게 했다. 변함없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졌다. 다른 코너들보다 웃음의 농도가 진한 편은 아니었지만, 요즘 우리 가정의 무관심한 부자관계를 시니컬하게 풍자해 의미 있었다.

김대희는 선배답게 녹화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테이블의 위치 등 사소한 소품 위치도 신경 썼다. 신봉선 역시 배경음악, 등장 시간 등을 일일이 체크하며 만전을 가했다. 오히려 장동민이 제일 여유로워 보였다. “‘개콘’은 친정 같은 곳이다. 신인 때처럼 떨릴 줄 알았는데 편안하다. 오랜만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돼서 흥분되고 즐겁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출연진들이 2일 KBS2 ‘개그콘서트’ 리허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6년 만에 부활한 ‘봉숭아학당’에는 반가운 스타들이 가득했다. 박휘순, 송병철, 류근지가 오프닝을 맡았다. 얼마 전 종영한 Mnet 인기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을 패러디해 이목이 쏠렸다. 주제곡 ‘나야 나’(PICK ME) 댄스까지 추며 등장, 흥을 돋웠다. 선생님 역의 김대희는 박휘순에게 여러 가지 예시를 주며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대비시켰다. 관객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 웃음 포인트가 달라지기 때문. 박휘순은 앞, 맨 뒤, 중간 좌석 관객이 손을 들었을 때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봉숭아학당’은 역시 애드리브”라며 자신감을 보엿다.

김지민, 강유미, 이수지, 손별이 등 개그우먼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김지민은 JTBC 금토극 ‘품위있는 그녀’ 패러디한 ‘품격있는 여자’를 선보였다. “내 이름은 티나에요. 싼 티나”라며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과 액세서리들로 잔뜩 치장하고 등장했다. 하지만 입만 열면 싼 티 나는 말만 해 웃음을 줬다. 김대희는 김지민과 박성광이 호흡 하는 장면에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동작과 대사 등 체크하며 여러 번 리허설을 반복했다. 출연진들은 리허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뺨을 맞거나 얼굴에 분장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반면 안상태는 정확하지 않으면 용납 불가한 ‘안공식’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웃음 포인트를 찾을 수 없었다. 김대희 마저도 “불안해”라며 걱정했다. 지난해 KBS 31기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된 손별이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띄었다. 맛깔 나는 연기로 취재진들을 사로잡았다. 애교 넘치는 여고생으로 등장, 꽃미남 선배 류근지와 환상의 케미를 뽐냈다. 차세대 스타 개그우먼 탄생을 기대해볼 만 했다.

‘개콘’은 현재 7%대의 시청률로 근근이 생명력을 유지 중이다. 일요일 밤 9시 시간대 SBS ‘미운우리새끼’와 JTBC ‘효리네 민박’등과 경쟁이 쉽지 않은 상태다. ‘개콘’을 살리기 위해 김대희, 신봉순, 강유미 등 선배들을 대거 복귀 시키고 각종 논란을 일으킨 장동민까지 끼워 넣는게 답은 아닐 터. 선배들의 노련미는 돋보였지만, 신인들의 부재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손별이 등 신인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져야 되지 않을까. 장동민은 “난세가 영웅들 만들 듯이 시청률 저조가 스타를 만들지 않나 싶다. 가을 정도 되면 후배님들 중 걸출한 스타가 나올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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