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평가정보가 한국은행의 2015 산업연관표에 대한 용역조사에서 일부 허위자료를 기재한 사실이 확인됐다./사진=나이스평가정보

[한스경제 허인혜] 용역입찰 계약을 따낸 나이스평가정보의 엉터리 조사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5대 국민경제 통계 중 하나인 산업연관표가 자칫 허위 데이터를 근거로 작성·발표될 수 있던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산업연관표는 일정 기간 동안 국가 경제 내에서 발생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및 처분 내역을 일정한 원칙에 따라 행렬 형식으로 기록한 통계표다. 국민계정 편제와 각종 경제 분석에 활용된다.

나이스평정은 용역조사 계약 해지 없이 한은 조사역의 입회 하에 급박하게 재조사를 진행했다. 당초 계획했던 기간을 넘기게 돼 산업연관표 작성에 차질을 빚게 됐다. 용역비는 3억5,000만원이다.

이번 나이스평정의 사례는 용역업체의 안일한 조사 행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또한 용역계약에 따른 불성실한 이행에 대한 단호한 제재와 계약해지 없이 용인하는 계약유지 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현재 작성 중인 2015년 산업연관표를 위해 나이스평정에 용역조사를 의뢰한 자료 일부에서 허위조사 정황을 포착했다. 안일한 용역조사 탓에 산업연관표 연구가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연됐다. 조사를 재지시하면서 나이스평정에 조사역을 직접 파견하는 등의 기회비용도 발생하게 됐다.

문제가 된 조사는 지난해 8월 19일 입찰 공고한 ‘2015년 산업연관표(실측표) 작성을 위한 투입구조 조사 용역’건이다. 산업연관표의 실측조사 첫 단계로 투입구조조사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발주기관은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이다. 조사 대상은 재료비 내역 조사 2,711개 사업체와 경비 내역 조사 2,961개 사업체다.

구체적으로 재료비 등 투입비용의 조사표를 사업체에 발송하고 조사표를 회수하는 업무다. 나이스평정이 조사표를 사업체에 보내면 사업체 업무 담당자가 손익계산서 매출액, 생산액, 원재료와 부재료명, 재료비 총액 등을 기재해 반송하는 절차다.

지난해 9월 나이스평정이 용역조사 사업을 낙찰받아 12월 조사 결과를 한은에 제출했다.

직후 한은 경제통계국이 받은 자료를 토대로 검수를 진행했다. 한은은 나이스평정이 내놓은 결과표와 비중참고표의 값이 일치한 점을 수상히 여겨 자체 조사원들에게 재검수를 지시했다. 그 결과 나이스평정이 직접 조사해야 할 업체에 조사표를 발송하지 않고 자체 자료를 활용하는 등의 비위가 적발됐다.

조사표에는 대상 사업체 담당자의 이름과 직책, 연락처가 명시돼 있었다. 한은이 직접 사업체 담당자에게 조사 여부를 확인한 결과 조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자료를 발송하지 않은 사례를 확인했다. 감사 과정에서 나이스평정이 직접 조사를 진행하는 대신 자사가 보유한 자료 등으로 조사표를 채워 넣은 사실을 발견했다.

나이스평정은 기본적인 계약사항조차 지키지 않고 데이터를 허위기재한 셈이다.

한은이 입찰공고에서 공개한 계약서 안을 살펴보면 용역의 내용으로 ▲5,672개 사업체에 대한 재료비 내역 조사표 및 경비 내역 조사표 발송 ▲조사표의 회수 및 코드 기재 ▲조사표 기재 사항의 오류 검토 및 보완 후 제출 등이 명시됐다.

자료=한국은행

한은의 제안요청서에도 용역조사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기술평가항목의 평가요소로 ▲전반적인 조사 계획의 구체성 ▲조사대상 사업체별로 차별화된 조사방법 보유 여부 등이 포함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2015년 산업연관표(실측표) 작성을 위한 투입구조 조사 용역’건을 공고하면서 공개한 기술평가항목의 평가요소에는 조사의 구체성 등이 명시돼 있다./자료=한국은행

한은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부적당한 자료들을 발견해 반송했고, 용역조사 과정에서 (나이스평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면서 10월과 12월 두 차례 경고했다”며 “12월에는 한은 담당 조사역들이 나이스평정에 찾아가 현장감사를 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은과 나이스평정 사이의 계약서를 보면 한은은 나이스평정이 계약서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한은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나이스평정이 9월부터 12월까지 허위자료를 만들면서 한은의 연구 기간도 그만큼 지체됐다.

한국은행과 나이스평정의 계약서상 해지 사유./자료=한국은행

그러나 한은은 의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고 계약을 유지했다. 해당 조사는 검수 후 완료됐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평가사의 허위자료 여부를 가늠하기보다 산업연관표를 지체 없이 작성하는 게 우선”이라며 “나이스평정이 국내에서는 정보를 가장 많이 갖추고 있는 사업체로 연구가 더 이상 미뤄지지 않도록 용역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용역 의무불이행이 적발될 경우 계약 연장을 요구하며 계약을 유지하는 오랜 관행이 만연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입찰을 공개한 측에서 용역업체에 계약 연장을 요구할 뿐 극단적으로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다"며 "금융권에서 안 볼 사이도 아니고 서로 부담이기 때문에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잘못된 관행에 용역계약에 참여했던 타 업체들은 공정한 선발의 기회를 잃을 수 있어 선발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계약 유지를 위해 인적·물적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게 돼 효율적이지 못하다. 기초 조사의 신빙성도 문제다.   

나이스평정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한은측에서 지적한 부분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조사표를 발송하지 않고 유선으로 조사를 안내해 진행한 사례는 일부 있었다”며 “조사표에 기업체 조사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을 때에도 실무자가 아니라 처음 연락을 받은 관계자의 이름과 직책을 기재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담당자가 조사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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