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의 판도가 달라지면서 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비과세 한도가 2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두 배 늘어났고 중도인출이 가능해져 고객들의 이탈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만능통장’이라고 무색할 만큼 저조한 수익률인 ISA가 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다만, 은행들은 ISA 가입 목적이 비과세 혜택인 점을 들어 승부처가 수익률보다 가입자 확대라며 이번 세법개정을 아쉬워하는 눈치다.  

금융권 일임형 ISA 평균 누적수익률 (단위:%).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ISA 비과세 한도 확대 방안과 중도인출 가능 조건이 포함됐다.

서민형(총급여 5,0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ISA의 비과세 혜택이 최대 2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된다. 일반형 ISA는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비과세 한도가 늘어난다. 정부는 서민형과 일반형 각각 3년, 5년인 의무가입 기간을 고려해 종전에는 퇴직, 폐업 등 예외적 경우에만 가능하던 중도인출을 자유롭게 허용키로 했다. 그동안은 ISA 수익률이 낮아도 과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 의무 가입기간 5년(서민형 ISA의 경우 3년)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이 기간 내 인출하면 혜택을 받은 세금을 토해내야 했다.

중도인출 허용의 경우 수익률이 기대에 못미치면 얼마든지 타 금융사로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금융상품은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그동안 ISA의 주된 고객 유입 요인이 바로 비과세 혜택이었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하던 ISA 수익률까지 상승세여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일임형 ISA 수익률 공시(6월 말 기준)에 따르면 204개 은행·증권 포트폴리오의 평균은 5.87%다. 이는 7개월 연속 오른 수치로, 전월대비 0.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증권사와 은행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곳은 키움증권이었다. ‘초고위험형’에서 키움증권의 ‘기본투자형(초고위험)’ MP는 해외선진국(유럽·독일) 62%, 해외신흥국 18%, 국내주식형 20% 등의 투자로 가장 높은 19.32%의 누적수익률을 냈다.

회사별 평균 누적수익률로 봐도 증권사가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했다. NH투자증권이 평균 11.03%(초고위험 18.05%·고위험 14.31%·중위험 10.49%·저위험 5.97%·초저위험 1.61%)로 가장 높았고, 8위까지가 모두 증권사였다. 은행권에서는 대구은행이 6%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금융회사별 순위에서는 12위에 그쳤다. 우리은행(13위), 신한은행(15위)이 뒤를 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ISA가 초반 저조한 수익률로 다른 의미에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만큼 이번 세법개정안의 혜택을 제대로 받으려면 수익률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원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 있는 ISA 자산을 좀 더 공격적인 MP로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ISA가 ‘국민통장’으로 거듭나려면 수익률을 비롯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가입 대상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ISA 가입조건은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돼 있다. 말 그대로 국민통장이 되기 위해서는 가입자 확대가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세제혜택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국민 자산증식’이라는 애초 취지를 살리려면 가입자 확대를 필수적이라고 봤는데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혜택을 늘리는 쪽이라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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