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세기의 재판'이라고 불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마지막 공판에서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특검 측은 국민여론 등을 이유로 이 부회장에게 중형을 구형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구형량이 공개되자 재계는 물론 법조계도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였던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사건이긴 했지만 객관적인 증거가 단 하나도 제시되지 못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많은 구형이 내려진 탓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마지막 공판에서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연합뉴스

특검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들이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 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삼성 변호인 측이 구형을 내리자 "특검은 초기부터 세기의 재판이라고 했고 본체이자 정경유착의 본보기, 편법승계 종지부라고 주장하면서 대중에 호소해왔다"며 "정황증거와 간접사실을 모조리 모아봐도 공소사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부회장도 마지막 변론에서 "저의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 대통령에게 뭔가 부탁하거나 그런 기대를 하며 결코"라며 "제가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서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그런 욕심을 내겠습니까. 이 오해가 안 풀리면 저는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특검이 주장하고 있는 뇌물공여 혐의 등에 관련된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또한 특검이 제시한 증거를 반박하는 증언들도 수시로 나오면서, 특검의 주장에 신빙성을 잃기도 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내려진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검 측이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많은 구형을 내린 것은 사회분위기와 여론을 의식한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 부회장에게 12년의 구형을 내린 것은 정말 의외"라며 "현재 국민들의 반기업·반재벌 사회분위기가 있는 상태고, 이번 재판에서 결과가 없다면 특검의 존재의 의미가 없어져 국민들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어 여론을 의식해 센 구형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절차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죄형법정주의"라며 "현재까지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고 전부 추측이기 때문에 판사가 유죄로 판결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우리 형법은 죄형법정주의를 따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형법 상의 기본 원칙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보장하고자 하는 제도다.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미리 법률로 규정하고 따르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4가지 원칙이 있다. ▲관습형법 금지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형법불소급의 원칙 등이다. 특히 유추해석은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으므로 가정이나 심리적 추정에 의하지 않고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죄를 판단하라는 의미다.  

재계 역시 이 부회장의 구형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특검이 혐의는 주장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에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집행유예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기 때문.

지난 2007년 이른바 '삼성비자금 사건' 당시 이건희 회장에 대한 특검 구형량도 '징역 7년, 벌금 3천500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번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형량은 이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높은 구형이 내려진 듯 하다. 특히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알려졌기에 더 결과에 놀랐다"며 "국내외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이번 재판으로 인해 반기업 정서가 더욱 확산되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했다.

삼성 측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나온 구형에 대한 공식입장은 없다고 답했다. 어떤 식으로든 입장이 나온다면 예상치 못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마친 뒤 "이달 25일 오후 2시 30분에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 선고는 이달부터 시행되는 1·2심 선고 중계 규칙에 따라 TV나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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