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기자

[한스경제 임서아] 우리 형법은 죄형법정주의를 따르고 있다. 대한민국 형법 상의 기본 원칙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

즉,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미리 법률로 규정하고 따르는 것을 죄형법정주의라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3차 공판, 증인 60명, 500시간이라는 엄중한 절차 속에 범죄를 지목할 만한 물증은 없고 추측과 심증만 난무했다.

죄형법정주의의 네가지 원칙 중 명확성의 원칙과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이 있다. 죄의 규정이 명확치 않으면 형법은 악용될 소지가 많기 때문에 형량이나 처벌 수위 등도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가정이나 심리적 추정에 의하지 않고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죄를 판단해야 해야 한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재판을 세기의 재판이라 명명했지만 퇴색돼버린 여론재판으로 돌변했다. 법률이 제시한 원칙보다 여론몰이로 법을 다스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에서 박영수 특검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청탁 등을 위해 433억 원대의 뇌물을 건넸다는 뇌물공여죄 등의 혐의를 이 부회장에게 적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허물을 드러내기 위해 이 부회장에게 무리한 형량을 씌운 듯 보인다. 특검의 구형에 박수를 쳤다. 처벌의 타당성은 뒷전이다. 재벌에 대한 미움이다. 이 부회장의 재판을 한 번이라도 방청 했다면 구형의 정당성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검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연합뉴스

재계와 법조계는 물론 다수의 언론도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형을 내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을 한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증거가 없다. 특검이 야심 차게 내밀었던 안종범 수첩도 재판부는 직접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수첩 내용만으로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를 판단하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안종범 수첩에는 '정유라' 혹은 '경영권 승계'라고 적힌 내용 또한 없었다. 특검은 50여 차례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확실한 증거를 내밀지 못했다.

이제 공은 재판부에게 넘어갔다. 재판부는 증거도 없이 여론의 뜻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재판부는 의심 없을 만큼 정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범죄 사실을 판단해야 한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일이다. 재판부의 판단이 중요하다. 국민감정이 들끓는다고 해서 여론에 따르기보다 법과 증거로만 판단을 내려야 모두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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