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정부가 가계대출을 조이는 조치들을 취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타깃으로 한 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힘을 보태면 더욱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주택담보대출이 연간 8조6,000억원 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의도 한 은행의 주택자금대출 상담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02조3,67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 말(289조6,610억원) 대비 12조7,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80조6,000억원에서 올 6월 말 84조8,000억원으로 4조2,000억원 늘면서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어 신한은행 74조1,660억원, 우리은행 73조3,070억원, KEB하나은행 70조6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출에 이어 개인사업자 대출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잔액 기준)은 162조5,000억원에 달했다. 147조6,000억원이었던 지난해 상반기 말과 비교해 15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대출과 달리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받지 않는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기업대출에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방침에서 자유롭다.

여기에 우량 자영업자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에 비해 부실률도 크게 낮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3% 수준이다. 0.8%인 중소법인 대출이나 가계대출 연체율(0.3%)보다 낮거나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을 위주로 한 기업대출과 우량 자영업자 대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조되고 있는 벤처·중소기업 육성 정책도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이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드론 등 신성장산업과 관련된 유망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신성장 선도기업 대출’을 내놨고, 국민은행도 앞서 담보력은 부족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는 유망분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KB유망분야 성장기업 우대대출’을 출시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되면서 기존 은행권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우량 중기 대출, 자영업자 대출이다”며 “최근 은행의 주담대 위주의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지적이 있었던 만큼 대출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가계대출 관리대상이 아니어서 대출금의 활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며 “보통 이 대출을 이용할 때 1억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만 활용처를 알릴 의무가 있기 때문에 가계대출 규제로 이쪽으로 몰리는 것도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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