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효율적ㆍ체계적 지원이 육상 '100m 9초대' 이룬다
[기자의 눈] 효율적ㆍ체계적 지원이 육상 '100m 9초대' 이룬다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7.08.08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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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영./사진=연합뉴스
김국영./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내가 선수로 뛰던 20~30년 전 육상 한국 신기록 포상금이 500만 원이었는데 아직도 1,000만 원밖에 안 된다.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2,000만 원은 돼야 하는데....”

한국 단거리 육상 전설 장재근(55) 화성시청 육상팀 감독은 8일 본지와 통화에서 국내 육상계의 열악한 현실을 꼬집었다. 장 감독은 최근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단거리 종목 사상 최초로 남자 100m 준결승에 오른 김국영(26ㆍ광주광역시청)에 대해 “국제 대회에서 우리나라를 알린 선수다. (김)국영이에게는 스태프들을 붙이는 등 향후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국영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는 10초40(조 8위)의 저조한 기록으로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때 세계 최정상급 성적을 냈던 마라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황영조(47)와 이봉주(47)를 끝으로 스타 명맥이 끊겼다. 지난 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 손명준(23ㆍ삼성전자)과 심종섭(26ㆍ한국전력공사)은 각각 2시간36분21초, 2시간42분42초의 기록으로 완주자 140명 가운데 131위와 138위에 그쳤다. 집중적으로 키워낼 선수조차 없는 것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고(故) 손기정 옹은 한 해 전 11월에 열린 올림픽 파견 일본 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제8회 메이지신궁경기대회에서 2시간26분42초의 공인 세계최고기록을 수립했다. 8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 마라톤의 기록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셈이다.

이번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도 한국은 완주 선수 71명 가운데 김효수(31·영동군청)가 2시간25분08초로 59위, 유승엽(25·강원도청)이 2시간29분06초로 64위, 신광식(24·강원도청)이 2시간29분52초로 65위에 그쳤다. 2000년대 들어 한국 남자 마라톤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 한 번도 30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다.

한국 육상의 위기를 두고 지원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장재근 감독은 지원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육상연맹(회장 배호원) 예산이 많지 않긴 하다. 따라서 모든 선수들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가능성이 보이고 잘 하는 선수들 위주로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27)와 수영 박태환(28) 등도 처음부터 풍족한 지원을 받고 스타가 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리 있는 말이다. 어느 종목이나 최하위권 선수까지 풍요로운 지원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스포츠 선수는 실력으로 말한다. 비전이 보이는 선수들에 한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다.

아울러 장 감독은 “예를 들어 (김)국영이를 지원해줄 때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1~2차례 지원해준 뒤 ‘아닌 것 같다’며 금방 발을 빼지는 말아야 한다. 처음엔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지원을 하고, 비전이 보이면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지원을 연장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국가대표로 뽑아주는 건 지원이 아니다. 연맹이나 현장에 있는 관계자들도 실제 특별히 지원한 것도 없이 생색을 낸다면 그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육상연맹 측은 이에 대해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끝나고 15일 연맹 임원진이 런던에서 귀국한 뒤 김국영 훈련 지원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연아와 박태환, 김국영 등을 두고 흔히 ‘불모지에서 탄생한 스포츠 영웅’이라고 한다. 제2의 김연아, 박태환, 김국영이 나오기 위해선 각 종목 연맹이나 협회가 효율적인 지원 체계 아래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육상만 보더라도 김국영이 목표로 하고 있는 100m 9초대 주파는 향후 지원 여부에 따라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10초07이라는 한국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단거리 육상은 0.01초 승부다. 풍속과 풍향, 주법, 육상화의 마찰력 하나에도 영향을 받는다. 연맹 등 육상계의 과학적이면서 체계적인 투자가 뒷받침 된다면 김국영이 100m 9초대 주파라는 한국 육상의 신기원을 열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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