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지난해 9월 5일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은 사기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이씨는 장외주식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려 최소 1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장외주식시장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다. 

무엇보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정식 장외주식시장인 K-OTC를 외면하고 개인투자자가 불법·사설시장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로 시세차액에 대한 양도소득세(대기업 20%, 중소기업 10%)가 부과가 꼽혔다. 

지난해 '청담동 주식 부자'로 행세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이희진

그나마 다른 시장에 비해 높았던 거래세는 올해 4월부터 0.3%로 같아졌지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물론, 코스닥·코넥스에서도 면제되는 양도세 부과가 정규 장외시장의 활성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런데, 청담동 주식부자가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다 되가는 지금에도 K-OTC에 대한 양도세 면제는 구체적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세수 감수를 우려한 기획재정부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일 기획재정부가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K-OTC에 대한 양도세 면제가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법개정안에는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율이 과세표준 3억원 초과분에 한해 25%로 인상되고 양도소득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범위도 2021년까지 보유액 3억원 이상으로 낮추기로 하는 등 ‘부자증세’ 의지를 적극 반영했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세법개정안에 따라 세수가 확대되는 만큼 소액 장외시장 투자자에 대한 양도세 면제는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OTC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96.5%에 달해 코스닥(89.8%), 코넥스(81.0%)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계좌당 평균 거래금액은 1,300만원으로 코스닥(2억1,900만원)은 물론, 코넥스(3,700만원)에 비해서도 크게 낮았다. 소액 개인투자자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부의 부자증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 권한대행은 K-OTC도 양도세를 비과세하는 법안을 지난 4일 발의해 놓은 상태다. 김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장 주식시장과 비상장 주식시장을 나눠 양도세를 차별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비상장기업의 근로자는 자사주 매도시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보호장치 없는 사설사이트로 몰리고 있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장외주식시장과는 다른 문제지만 이날도 주식으로 400억원을 벌었다고 알려진 ‘청년 버핏’ 박철상씨가 결국 “실제 본인 자금 투자로 벌어들인 돈은 14억원에 불과하다”고 실토하는 등 개인투자자 보호가 극도로 취약함을 보여줬다. 만일 박씨가 사설 장외주식시장에서 이 같은 거짓말로 개인투자자를 현혹했다면 ‘제2의 이희진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설 사이트보다는 정규 장외주식시장인 K-OTC가 개인투자자에 훨씬 낫다는 것이다.

관건인 세수 역시 양도세 폐지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거래세로 오히려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도소득세가 5억7,000만원 줄더라도 회전율이 K-OTC 내 벤처기업 수준으로만 늘면 전체 세수가 지난해 기준 10억5,000만원에서 26억7,0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광림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거래하면 거래세 0.3%만 부담하면 되는데 혁신 중소기업을 거래하면 차익에 대해 최고 38%의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야당으로서 문재인 정부 경제방향에 무작정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만큼 혁신적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지원이 중요하다는 게 글로벌 트렌드이고 새정부 정책 방향과도 방향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K-OTC 양도세 비과세에 대해 콧방귀도 안 뀌고 있다. 세수 확보 차원의 문제가 아닌 투자자보호의 문제라는 것. 기재부는 불안정한 장외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오히려 투자자에 독이 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K-OTC 양도세 비과세로 장외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 오히려 안전한 상장시장이 외면받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세수를 떠나서 투자자보호 차원에서도 장외주식시장이 권장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시장에서도 대주주 범위가 점점 확대되면서 소액주주 비중이 줄어 양도세를 부담하는 주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도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를 불법·사설 사이트에서 거래하도록 놔두는 게 과연 투자자보호가 맞나”라며 “최소한 불법·사설 사이트에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도록 정부가 K-OTC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지호 기자

관련기사

키워드

#이희진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