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자동차업계의 8월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기아자동차 노조가 사측에 제기한 통상임금 지급 소송에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법적으로는 노조 승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기아차가 오랜 실적 부진에 빠져있는 만큼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으로 구원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7일 예정했던 기아차 노조원들이 낸 임금 청구 소송 1심을 8월 말로 미루기로 했다. 8일 오후에 열기로 했던 최후변론도 17일로 자리를 옮겼다. 법원은 판결을 미룬 이유를 원고측 명단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법원은 같은 이유로 판결을 연기한 바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스팅어, 스토닉 등 신차를 출시하고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소송패소로 적자전환한다면 회복세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차 노조원 2만7,458명이 낸 이번 소송은 2011년 당시 지급되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라 추가로 적용해야 하는 휴일 수당 등을 소급 지급해야 한다며 제기했다.

이번 판결 결과에 기아차와 현대차그룹 및 하청업체, 더 나아가서는 산업계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만일 원고 승소 판결이 나면, 기아차는 소송에 참여한 노조원들에 임금 소급분 총 7,2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전 직원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최대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차의 1년 매출액을 훨씬 상회하는 숫자다. 

여러 전문가들도 사측의 패소 가능성을 점쳤다. 노조의 주장처럼 당시 지급했던 상여금이 정기적이고 일률적이며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서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이같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낸 바 있다. 

기아차도 이런 법적 해석에 반박하는 입장은 아니다. 법적으로는 당시 지급했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현대차가 2015년 같은 내용의 재판에서 1심과 2심 승소를 거두기는 했지만,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었던 만큼 기아차와는 다르다. 

대신 기아차는 법원이 신의칙을 적용해 소급분 지급만은 피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의칙이란 민법 제2조를 가리키는 것으로, 대법원이 2013년 전합 판결에서 처음 적용했다. 근로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를 끼친다면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법률관계 당사자간 신의를 훼손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실제 기아차는 최근 신흥시장 경기 침체와 사드 이슈로 인한 중국 시장 실적 감소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만약 소송에서 진다면 올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유동성 위기를 불러오고, 연구개발비, 마케팅비 등을 축소하면서 성장 동력까지 잃을 수 밖에 없다. 

또 기아차는 신의칙을 적용해야하는 근거로 당시 노조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했다. 대신 높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해줬다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노조는 사내 유보금 등을 거론하며 임금 소급분을 지급해도 회사에는 큰 타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내 유보금이 현금형태로 쌓여있아무때나 빼서 쓰는 것이 아닌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아차 관계자는 "당시 상여금과 관련해 사측과 노조가 암묵적으로 합의를 했었던 만큼 이번 소송이 억울하기도 하다"며 "기아차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막대한 지출까지 하게 된다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신의칙을 적용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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