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국내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정보기술(IT) 업종 종목이 최근 주춤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증시를 이끌었던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이제 내리막을 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상승장에서도 일부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IT업종과 국내증시의 추세적인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5일 장중 최고치인 2,453.17을 찍은 후 흔들리고 있다. 이달 8일 2,394.73에 거래를 마쳤고 9일 장중에는 2,370선마저 위협받았다. 북한의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지만 가장 큰 지수 하락의 원인은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림세.

정보기술(IT)업종과 반도체 업황을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IT업종 종목 주가가 국내증시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장중 최고가인 256만6,000원을 기록한 후 현재 230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24일 장중 7만3,000원을 찍은 후 6만4,000원선까지 주가가 내려왔다.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분 1가량을 차지하는 이들 종목이 흔들리면서 지수 자체도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이 두 종목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지속될 것인가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긍정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김민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D램의 제한된 공급 증가, 낸드의 수요 상승 등으로 반도체 가격은 하반기에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테이터센터 설립과 스마트폰 채용량 증가 외에도 4차 산업혁명에 딸 향후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IT업종 종목 주가가 지난 2009년~2011년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자동차 ·화학 ·정유(차화정) 랠리와 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차화정 업종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증시를 끌어올렸지만 이후 국제유가 하락과 실적부진 등으로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차화정 랠리’를 근거로 아직은 IT업종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상승세를 이끌어가는 주도주라 하더라도 일시적인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00년 중후반에는 철강 ·기계 ·조선(차이나플레이) 업종, 금융위기 이후부터 2011년까지는 차화정 업종이 국내 증시를 주도했는데, 차이나플레이의 경우 주도주가 5% 이상 하락한 경우가 총 10차례, 차화정 랠리의 경우 총 7차례 발생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점대비 주가 하락폭이 5%를 넘어선 적은 최근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추가 하락에 대한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차이나플레이나 차화정 랠리와 마찬가지로 결국 실적이 ‘IT 랠리’의 종료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영업이익 50조원을 넘어서고 내년에는 60조원에 육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이 올해 13조 중반에서 내년에는 1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IT 기업의 실적이 내년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당분간 주도권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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