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자동차 판매량에 대한 통계의 오류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 모델별로 선택사항이 늘어나면서 차급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종전처럼 기본 모델별로 구분하면 된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실제 차량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개막한 소형 SUV 대전에서도 쌍용차 티볼리는 1위를 굳게 지켰다.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이 ‘쌍끌이’ 전략으로 자리를 흔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나가 진짜 1위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티볼리의 롱바디 모델인 티볼리 에어를 준중형 SUV로 분류하면, 티볼리 판매량은 2,994대로 코나(3,145대)에 못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쌍용차 티볼리는 지난 7월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의 쌍끌이 작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1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롱바디 모델인 티볼리 에어의 존재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도 받았다. 쌍용자동차 제공

중형세단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차 쏘나타가 압도적인 1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쉐보레 말리부는 가솔린 엔진에서, 르노삼성 SM6는 디젤엔진에서 판매량 1위를 자처하고 있다.

저마다 다른 판매량 순위를 내놓는 이유는 같은 모델이라도 파워트레인과 크기 등 다양한 사양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티볼리는 전장이 4,205mm인 C세그먼트 소형 SUV와, 롱바디 모델로 전장을 4,440mm로 늘린 D세그먼트의 티볼리 에어로 나뉜다. 모델별로도 1.6리터짜리 디젤과 가솔린 엔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4종의 다른 차가 티볼리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 적지 않은 혼란을 준다. 어떤 차가 내가 원하는 차종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더 잘팔리는 차'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한 소비자는 “같은 모델이라도 선택사양이 너무 다양해서 경쟁 모델을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오랜 분석이 필요해졌다”며 “판매량 순위도 믿기가 어렵다. 같은 모델이라도 사양별로 구분된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는 같은 모델이라도 사양별 판매량을 따로 발표한다. 한국수입차협회도 최근 판매량 기준 발표를 이 같이 바꿨다.

르노삼성 SM6는 현대차 쏘나타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적은 없지만, 승용차 부문, 디젤엔진 부문 등으로 세분화한 기준에서 우위를 점하며 중형세단 시장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최근까지도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로 알려졌다. 바뀐 기준으로 렉서스 ES300h가 베스트셀링카로 순위를 뒤바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시도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양이 다소 다르더라도 성능은 모델별로 거의 같은데다가, 사양별로 판매량을 나누면 지나치게 복잡해져 오히려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 에어는 소형 SUV인 티볼리에서 적재공간만 더 늘린 것뿐이다”며 “파워트레인도 완전히 똑같은 만큼 차급을 나눌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생산 난조로 1만건에 달하는 계약량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7월 기준 코나가 티볼리에 패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한 모델은 개발 단계부터 마케팅까지 함께 이뤄진다. 소비자의 수요에 충족하기 위해 다른 파워트레인이나 크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뿐 실제 성능은 거의 같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하지 못하는데 대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는 모델에 따라 같지만 자칫 소비자들에게 혼돈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인정한다"며 "마케팅이나 판매량 발표시 모델을 사양별로 세분화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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