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K뱅크(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화들짝 놀란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마이너스 통장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싸움에 소비자들은 환호하지만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기존 은행권에 새로운 플레이어를 진입시켜 금융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한다는 금융당국의 취지는 일단 성공했다. 다만, 쉬운 대출로 대출자와 대출액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가계부채를 관리해야하는 입장에서는 골머리를 앓게 됐다. 간편한 대출 절차가 과잉대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은행 마이너스 통장 평균금리 현황(단위:%).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달 국내 주요 은행들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평균 금리는 전월(3.84%)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은행은 마이너스 통장 평균금리를 올해 6월 4.64%에서 7월 4.58%로 0.06%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4월(4.82%) 이후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4개월새 0.3% 포인트 가량 낮췄다. 6월에서 7월 신한은행은 3.63%에서 3.52%로, 우리은행은 3.86%에서 3.71%로 금리를 낮췄다. 농협은행은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마이너스 통장 평균금리가 3.68%로 변동이 없다.

케이뱅크도 지속적으로 금리 하락세다. 케이뱅크의 지난 달 마이너스 통장 평균금리는 3.49%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출범 당시보다 0.4%포인트 가량 금리가 낮아졌다. 케이뱅크는 현재 최근 신용대출 일부를 중단한 상태다. 지난 6월 중순부터 ‘직장인K’ 대출 중 마이너스 통장 방식은 판매를 중단했고 지난 달 1일부터는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일시중단했다. 현재는 한도 300만원의 소액 마이너스 통장 상품만 판매 중이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놓고 대출금리 하락 경쟁을 촉발한 것은 카카오뱅크다. 지난 달 27일 출범해 9일로 서비스 시작 2주차를 맞은 카카오뱅크는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한도 1억5,000만원, 최저 금리 2.84%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마이너스 대출이 가능하다. 8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수신액은 9,960억원, 여신액은 7,700억원(대출 실행 기준)이다.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시중은행들도 대출 업무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잇달아 보강하면서 대출이 더 쉽고 빨라지자 가계부채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 8·2 부동산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가 도입되면서 마이너스 통장을 비롯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 총 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은 1998년 27.7%에서 지난해 43.4%로 18년 동안 15.7%포인트나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7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7조7,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 달 사이 6조7,000억원 늘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54조6,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4조8,000억원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주담대 비중은 약 75.2% 가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182조2,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1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액이 6월(1조8,000억원)보다 1,000억원 늘었고 작년 7월(5,000억원)에 견줘 4배 수준으로 뛰었다.

실제로 대책 시행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던 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이 이번주 들어 급증세로 반전했다. 갑자기 대출이 막힌 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신용대출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지 예의주시하며 필요하면 현장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족해진 주택구입자금을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로 마련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폭증하는 신용대출로 인한 리스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8월 말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나와도 이미 1,4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가 잡히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올해 안으로 주담대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출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지난해 ‘2017년 말이면 가계부채가 1,5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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