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적인 우상, 본래 ‘아이돌(idol)’이란 단어의 뜻이다.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데뷔한 ‘워너원’은 가장 핫한 아이돌이다. 고척돔에서의 데뷔무대, 오픈 1분 만에 티켓 매진사례, 800만원을 호가하는 암표 등장, 시즌1의 아이오아이를 뛰어넘는 몸값, 줄을 잇는 광고계약 등 매일 매일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약 11주라는 방송기간 동안 시청자들의 투표에 의해 서바이벌로 선택된 이들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데뷔전에 대중의 우상이 되었다. 각종 잡음조차도 집어삼킨 강력한 팬덤에 의해 초고속으로 탄생된 스타, 신화적인 우상, 아이돌이 됐다.

‘워너원’의 등장으로 지상파 방송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바로 ‘프듀 따라하기’다. 케이블TV나 종편과 달리 시청자를 사로잡을 만한 새로운 프로그램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던 터라 높은 시청률과 상업적인 이득까지 예측되는 콘텐츠의 등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을 터.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의 ‘슈퍼스타K’로 인해 MBC의 ‘위대한 탄생’, SBS의 ‘K팝스타’가 제작됐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초반 ‘따라하기’란 오명은 시청률이 높을 경우 희석되기 마련이라서 감내할 만하다. 굳이 위험부담이 큰 ‘최초’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계산이다.

사진=YMC엔터테인먼트 제공

방송사와 출연자가 ‘갑을 관계’를 형성하던 것에서 다수의 스타연예인을 확보하고 있는 기획사와 방송사의 관계가 역전 된지 이미 오래다. 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대형 기획사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방송사의 특급 PD와 작가를 ‘모셔오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프듀 따라하기’ 포맷은 을의 입장으로 전락한 지상파의 자구책일지도 모른다.

방송사와 기획사의 역할 구분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워너원’은 기획사와 방송사의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의 롤모델이 된 셈이다. 지상파는 제2, 제 3의 ‘워너원’을 갈망할 것이다.

그러나 오디션 열풍을 통해 생겨난 비슷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재미없음’ 판정을 받고 사라지거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 내지 못하고 있는 전례를 볼 때 지상파의 ‘프듀 따라하기’ 프로젝트들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엇비슷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피로도만 상승할지도 모를 일이다. 개성 있는 벤치마킹으로 관심을 집중시켜야만 하는 것이 그들의 과제다.

어찌 됐건 간에 대한민국은 어느새 ‘아이돌 공화국’이 되었다.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위가 연예인이 된 건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필두로 ‘프듀’ 시즌1~2, ‘아이돌학교’, ‘소년24’, ‘쇼미더머니’ 등 미디어는 아이돌 만들기 과정을 끊임없이 재생산해 내고 있다. 일찌감치 기획사를 찾아다니며 오디션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심한 경우 어떤 이들은 아예 학업을 포기한다고 한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강조하는 연예계의 특성상 인성은 뒷전인 채 일찍부터 인기와 부를 쫓게 될까 염려스럽다.

분명한 건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대중들이 잘 기획된 아이돌에 열광하는 것만은 확실하니 말이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이 더욱 더 획일화 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스포트라이트가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믿음이 클수록 ‘아이돌’을 향한 꿈은 고착화되고 있다.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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