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덩케르트', '택시운전사'

영화 ‘덩케르크’와 ‘택시운전사’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자국민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건을 영화화했다. 익숙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경우 각색과 연출에 상당히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박수받아 마땅하다. 둘 다 상영시간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니까. 

영화 ‘덩케르크’ 줄거리

1940년 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을 비롯한 연합군 약 33만 명이 프랑스 덩케르크에 고립된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영국 어선을 포함한 크고 작은 민간 선박들 850척은 덩케르크로 출항한다.

영화 ‘택시운전사’ 줄거리

1980년 5월 어느 날,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밀린 월세를 벌기 위해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광주에 도착한 만섭은 전파와 도로가 모두 통제된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목격한다.

"보트와 택시에 태워 역사적 순간으로 간다"

두 영화는 관객들을 역사적 순간으로 데려다준다.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닌 외부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해 관객들의 눈이 된다. 이러한 관찰자 시점은 그 역사가 조상들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라는 것을 일깨운다.

 

사진 = 영화 '덩케르트'

 

"놀란 감독이 역사를 다루는 두 가지 방식"

‘덩케르크’는 2차 세계대전을 다루고 있다. 반세기가 넘게 지난 지금 그날의 전쟁터로 관객들을 데려가기 위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첫 번째는 영화의 시점이다. 관객들은 가장 먼저 주인공 어린 군인 토미(핀 화이트헤드)를 만난다. 영화는 전반적인 전시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오로지 생사에 갈림길에서 서있는 그가 생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쟁의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해 숲이 아니라 나무만 보여주며 극의 초반 집중력을 높였다. 이후 등장하는 문스톤 호(Moon Stone)도 한몫을 한다. 민간 선박을 운항하는 도슨(마크 라이런스)은 아들 피터(톰글린 카니), 피터의 친구 조지(베리 케오간)와 함께 덩케르크로 향한다. 이러한 전시 상황에서 민간인 시선은 역사를 남의 일로 느끼던 관객들을 역사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사진 = 영화 '덩케르트'

 

두 번째는 이야기 구조와 촬영 방식이다. 영화는 세 가지 이야기가 교체 편집되어 진행된다. 땅 위의 일주일, 바다 위의 하루, 하늘에서 한 시간 등 시공간이 뒤섞여 있다. 상당히 간단한 이야기를 복잡한 구조로 만든 놀란 감독은 “이 영화는 내 최대의 실험영화다”라고 말했다. 아이맥스 카메라를 ‘다크 나이트’(2008)로 처음 상업영화에 사용한 놀란 감독은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했다. 65mm 필름과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일반적인 2.35대 1이 아닌 1.9대 1 비율의 보다 더 큰 화면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사진 = 영화 '택시운전사'

 

"2017년 사람들이 가진 두 가지 역사관"

마찬가지로 영화 ‘택시운전사’ 또한 관찰자 시점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바라본다. 그 어둠의 시공간으로 관객을 택시에 태워 들어간다. 독일 피터 기자는 적극적 관찰자다. 택시운전사 만섭은 소극적 관찰자다. 택시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이방인이다. 영화는 택시운전사 만섭이 비인간적 학살 현실을 접한 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을 다룬다. 둘은 2017년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두 가지 역사관을 대변한다. 실제 그곳에서 함께 지내던 이웃 혹은 가족을 잃은 사람과 감정적으로 여전히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 안타깝지만 ‘그런 일이 있었구나’하는 정도로 바라보는 사람들. 

감독은 1980년 5월로 돌아가기 위해 배경과 소품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다. 당시 광주 금남로를 재현하기 위해 촬영 세트장을 실제 크기로 제작했다. 금남로의 길이는 2.3km, 너비 30~40m다. 만섭이 타고 다니는 택시 차종은 ‘브리샤’다. 해외 중고 사이트에서 3대를 어렵게 구했다. 차가 오래된 탓에 결국 7개월 간 공정기간을 거쳐 속은 '아반떼'에 껍데기만 '브리샤'로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 속 토마스 크레취만이 쓰고 다니는 선글라스는 실제 독일 피터 기자가 쓰던 것이다.

사진 = 영화 '택시운전사'

 

두 영화 모두 관찰자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본다. 덕분에 몰입이 쉽다. 전시 상황 전체를 알 수 없는 어린 군인, 광주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서울 사람. 상황은 잘 모르지만 위험한 군인들을 위해 보트를 끌고 나가는 할아버지, 남의 나라 일이지만 국가가 국민을 죽이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독일 기자. 그리고 수많은 조력자들. 상영시간 내내 이들 중 한 명이 되어 역사가 만든 파도를 탈 수 있다. 

‘덩케르크’와 ‘택시운전사’ 감독들은 멀어지는 역사와 역사가 될 사람들 사이 접점을 안다. 역사는 인간이 인간에 대해 기록한 내용이다. 영화를 보고 스크린 밖으로 나서는 길, 우리 머릿속에 남겨진 잔상은 사건이 아니라 그 시대를 기어이 살아낸 사람들이다.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은 연출 의도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사진 = 영화 '덩케르트', '택시운전사'

"이 영화가 역사를 조망한 벽화가 아닌 가까이 들여다본 세밀화이길"

이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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