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혹성탈출: 종의 전쟁’(15일 개봉)은 인류와 진화한 유인원의 대결을 그린다.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인간은 퇴화하고 유인원은 진화한다는 참신한 발상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복수와 관용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인원의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의 서사를 통해 진정한 인간미란 무엇인지 되묻는다.

영화 속 시저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다.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이 깨지고 전쟁이 시작된 상태지만 여전히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대령(우디 해럴슨)이 이끄는 인간 군대의 습격으로 가족을 비롯한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한 후 분노와 슬픔에 잠긴다. 결국 시저는 복수심을 참지 못한 채 몇몇 동료들과 함께 집단을 떠나 대령을 향한 복수를 계획한다.

지도자의 책무를 버리고 복수를 택한 시저는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어느덧 자신이 그토록 경멸한 과거의 리더 코바를 닮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피에 굶주린 코바는 유령처럼 시저의 악몽 속에 나타나 죄의식을 건드린다.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지켜야 할지를 깨달은 시저는 지도자를 잃은 유인원들이 강제 노동과 학대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한다.

시저의 긴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되는데, 자신의 손을 잡은 순수한 소녀 노바(아미아 밀러)와 유인원들을 ‘억압적인’ 인간 세상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저와 모리스(카리 코노발), 배드 에이프(스티브 잔)는 기지를 발휘해 용감한 탈출 작전을 펼친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서사가 꽤 묵직한 작품이다. 이성을 추구한 리더가 복수에 얽매이다가도 다시 관용을 베푸는 과정이 촘촘하게 그려진다. 유인원과 인간의 첨예한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 힘을 잃은 영웅이 한 소녀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모습은 마치 ‘로건’ 속 울버린(휴 잭맨)을 보는 듯하다.

영화는 종말 이후 황폐해진 세계를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희망’이라는 마지막 끈을 붙잡고 있다. 시종일관 처절하고 비장하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비주얼 역시 손색이 없다. 영화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웨타 디지털의 화려한 기술력이 눈에 띈다. 실제 유인원보다 더 실제 같은 유인원들의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또 거대한 설원, 해변, 숲, 폭포 등 대규모 로케이션을 통해 광활한 자연의 풍광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모션 캡처 연기도 훌륭하다. 모션 캡처 연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앤디 서키스는 다양한 표정연기로 시저를 사실적으로 표현해낸다. 영화의 귀여움을 담당한 배드 에이프 역을 맡은 스티브 잔은 생애 첫 모션 캡처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연기력으로 새로운 유인원 캐릭터를 그려냈다. 러닝타임 140분. 12세 관람가.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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