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하반기 현대차가 준비한 위기 탈출 전략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일단은 1조와 2조 근무자가 2시간씩 일 손을 놓기로 했다. 주말부터는 휴일 특근도 중단한다. 오는 14일에도 같은 수준의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파업 여부는 오는 16일 쟁의대책위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올해 협상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간 중론이다.

이유는 현대차가 위기에 빠져있는데도 노조가 내건 요구조건은 강력하기 때문이다. 임금 15만4,883원 인상에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완전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에 정년 연장 등이다. 상당수가 상위 단체인 금속노조의 안을 반영한 것이다.

만약 올해에도 노사 협상이 늦어진다면 현대차가 입을 타격은 종전 수준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 다양한 신차 출시로 위기를 탈출하겠다고 나섰던 만큼, 생산량 문제가 불거진다면 '다 된 밥을 못먹는' 비극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현대차는 노조의 생산량 축소에 '삐끗'한 하반기 출발을 보인 상황이다. 코나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면서 소형 SUV 시장 1위 탈환에 실패한 것이다.

현대차는 사전계약으로 1만대 넘는 실적을 거둔 코나가, 출시 첫 달에라도 티볼리를 뛰어넘으면서 시장에 돌풍을 몰고 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생산량 문제로 7월 기준 판매량은 3,145대에 그쳤다.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 코나를 시작으로 신차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노조 파업으로 공급량 부족을 겪게 된다면 피해는 더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자동차 제공

내수 시장에서 첫 N 브랜드로 나올 벨로스터가 제 때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N브랜드는 현대차의 기술력과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평가받는다.

첫 N브랜드인 i30N을 해외 생산품이라며 노조 주도로 도입을 못하게 했던 만큼, 노조 때문에 벨로스터 N 출시가 늦어지거나 물량이 부족해진다면 노조와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난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싼타페 TM이 출시를 올해 말로 대폭 앞당기면서 현대차의 구원자로 나서기로 한 상황, 노조 파업으로 이마저 무산된다면 현대차는 큰 폭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밖에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을 마무리하는 G70도 제 때 출시될 수 있을지 우려가 높다. 최근 정의선 부회장이 중동 출장에 나서면서까지 제네시스 브랜드를 키우고 있는 상황, 현대차의 하반기 반등 여부가 노조의 손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내년에 출시할 차를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겨서까지 살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다”며 “그런데 회사의 양대축인 노조가 날개를 접어버리는 것은 자살행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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