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함을 채운 보도자료들. '꿀잼', '케미', '빅잼' 등 신조어들이 자료마다 빠지지 않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채널과 포맷이 다양해지면서 여러 종류의 연예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웹드라마는 물론 웹영화, 웹예능 등 온라인 전용 콘텐츠들도 확장되는 추세다. 취재 인력은 정해져 있는데 콘텐츠의 수는 늘어나다 보니 작품 소개와 현장 분위기 등을 현장 취재보다 보도자료를 통해 파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누구보다 정확하고 자세하게 작품의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게 보도자료이나 일각에서는 보도자료가 오히려 작품의 이미지를 망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입동굴’은 대체 무슨 말인가요

각 콘텐츠 홍보회사나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전송하는 보도자료들은 들어 본 적 없는 온갖 신조어들로 점철된 문장들이 나열된 경우가 많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사이다’나 ‘고구마’ 같은 말도 처음엔 낯설어서 이런 표현을 정말 기사에 써도 되는지 고민이 많았다”며 “‘입동굴’까지는 차마 기사에 쓸 수 없어 해당 표현을 다 지웠다”고 털어놨다.

‘입동굴’은 웃을 때 입꼬리 쪽에 생기는 공간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빅뱅의 지드래곤이나 엑소의 시우민, 비투비 육성재 등을 ‘입동굴’이 예쁜 스타로 묘사해 활용되고 있다. 또 게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역할을 한 플레이어에게 쓰는 신조어인 ‘하드캐리’나 배우의 커리어를 대표할만한 배역을 의미하는 인생 캐릭터의 준말 ‘인생캐’, 실제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찍은 사진의 느낌이 난다는 데서 유래한 ‘남친짤’과 ‘여친짤’, 잠재력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포텐셜(potential)에서 온 ‘포텐’ 등은 보도자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신조어들이다. 해당 콘텐츠나 스타의 홍보가 아니라 그야말로 ‘아무말’을 갖다 붙인 듯한 문장이 숱하게 쓰이고 있다.

■ 어떻게 벌써 ‘화제’가 되나요

걸핏하면 사용되는 ‘기대를 모은다’, ‘화제가 되고 있다’ 등의 표현이 오히려 작품을 식상하게 보이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료 하나에만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실제 어떤 부분에서 기대를 높여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 영화만 담당하는 대행사들이 증가하면서 앞다퉈 ‘기대를 모으는’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있다. 한 연예콘텐츠 홍보인은 이런 표현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고백하며 “자료를 내는 입장에서는 민망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자료는 아직 기사화 되지도 않았는데 첫 문장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는 말을 써야 하니… 이런 표현을 쓴다고 화제가 안 될 부분이 화제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대나 화제를 모은다와 같은 말을 너무 쓰면 독이 될 것 같다는 걱정도 있다. 업계에선 기대가 되는 부분과 되지 않는 부분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건 홍보인의 마인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 믿고 보는 배우 아닌 사람도 있나요?

홍보를 위해 사용한 좋은 단어들이 오히려 작품 홍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안타깝게도 미사여구들이 남발 된 자료에 작품에 대한 정확한 소개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진심이 들어가지 않은 관성적인 미사여구 사용은 대상이 되는 작품이나 배우들 역시 피로하게 만들 수 있다. 작품뿐만이 아니다. 연예인에 대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과도한 수식어도 마찬가지다. 한 중견배우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요즘 그런 배우 아닌 사람이 있느냐”며 웃었다. 이 배우는 “‘국민배우’와 같은 말들이 처음 생겨나고 정말 소수의 몇몇에게 쓰일 때는 멋있었지만, 이제는 너무 많아지니 단어의 가치가 떨어지는 느낌”이라며 “수식어를 유행 따라 쓰는데 어떤 배우가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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