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기업은행이 지난해 5월 도입한 성과연봉제 규정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데도 노조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도입돼 무효라고 봤다. 성과연봉제 관련 판결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10일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가 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지난해 5월 23일 개정한 성과연봉제 규정이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전체 근로자들의 임금 총액이 상승하더라도 하위 평가를 받는 일부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 노동 관련 법상 금지된 '불이익한 규정 변경'에 해당한다고 봤다. "성과연봉제를 개정하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는데도 기업은행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으로 조직된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조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찬반 투표에서 96.86%가 성과연봉제에 반대 의사를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성과연봉제 개정을 강행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기업은행 이사회는 부점장급 이상 직원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4급 이상 일반 직원까지 확대 시행하는 취지로 지난해 5월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노조는 이사회가 규정 개정 과정에서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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