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탈스펙 채용 실험…취업준비생 경험담 들어보니
은행권, 탈스펙 채용 실험…취업준비생 경험담 들어보니
  • 김서연 기자
  • 승인 2017.08.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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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 김서연] 학력, 영어성적, 자격증 등을 묻지 않는 ‘탈스펙’ 채용 전형이 은행권에 확산되고 있다. ‘올 하반기 공공부문 채용 때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국책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으로도 확산되거나 강화되는 모양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달 27일부터 7일까지 스펙초월 전형 ‘4분 PR! 당신을 보여주세요’를 진행했다. 500자 이내로 발표주제를 기재하면 지원할 수 있으며 오로지 발표주제만을 평가해 4분 동안 자기PR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은행은 2013년부터 스펙초월 전형 ‘4분 PR! 당신을 보여주세요’를 진행해왔다. 사진=기업은행 채용 홈페이지
기업은행은 2013년부터 스펙초월 전형 ‘4분 PR! 당신을 보여주세요’를 진행해왔다. 사진=기업은행 채용 홈페이지

4분 PR 최종 합격자는 하반기 공채에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받는다. 하반기 채용에 있어 서류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 다른 지원자들보다 필기시험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지원자들은 4분 PR을 통해 본인의 열정, 스토리, 잠재력 등을 보여주고, 이들은 오직 열정과 역량만으로 평가받는다. 남다른 재능, 차별화된 역량을 가진 지원자를 발굴하기 위한 취지다.

2013년부터 시행한 전형으로 해마다 절차에 있어 약간의 변형은 있었지만 꾸준히 이어온 채용전형이다. 2016년에는 이례적으로 1차 면접에서 4분 PR이 이뤄졌다. 당시 채용일정이 불명확해 실무면접에서 진행을 했다는 것이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에는 처음으로 청년희망재단과 손을 잡아 금융권의 관심이 모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16년까지는 당행 자체적으로 이 채용전형을 진행하다가 좋은 제도인데 독자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던 중 청년취업 관련해 청년희망재단과 코드가 맞아 손을 잡았다”며 “이전보다 완성도와 규모를 키우고 지방 면접을 확대하는 등 좀 더 활성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4분 PR 전형을 경험해 봤다는 금융권 취업준비생 A(25)씨는 “평범하게 발표를 이어갔던 지원자도 있었고 태블릿PC나 노트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지원자, 성악이라는 전공을 살려 노래를 부르거나 성대모사를 하는 지원자도 있었다”며 “금융권에서는 비교적 유연한 면접 전형이다보니 분위기도 딱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00자 자기소개서에 이어 4분 PR까지 합격했다는 A씨는 “자기소개서에는 세일즈 아르바이트 경험을 녹였고 노트북을 가져가서 직접 만든 PPT로 발표했다”고 귀띔했다.

기업은행에서 청년인턴으로 근무했었다는 타 은행원 B(26)씨 동기들의 예시를 봐도 독특한 경험을 가진 지원자들이 많았다. 어려운 집안환경에도 불구하고 지역 1등을 해서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사례, 세계여행이라는 꿈을 가지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각국에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여행비를 충당한 사례가 예시로 꼽혔다. B씨는 "고객을 대하는 직업의 특성상 사람을 잘 대하고 자신의 끈기를 보여주는 예시가 면접관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며 "워낙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금융자격증, 어학성적, 수상경력 등 일명 '스펙'이 좋은 지원자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전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발표주제에 대한 합격자는 8월 10일, 발표기회를 얻게 되는 4분 PR 최종 합격자는 9월 15일에 공지된다. 4분 PR 면접은 ▲광주(8.14) ▲대구(8.16) ▲부산(8.17) ▲대전(8.18) ▲서울(8.21∼8.23)에서 진행된다.

우리은행은 면접 전형에서부터 자기소개서를 보지 않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9월 22일까지 하반기 공채 원서를 접수한다. 일반직 300명 가량을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류에는 학력, 전공, 전문자격증을 쓰는 항목이 있지만 면접 전형에 들어가면 면접 번호와 평가표만 주고 지원자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서류전형부터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쓰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다만 서류전형에 지역인재 및 직무분야를 고루 채용하기 위해 실무담당자는 학교와 전공만 보는데, 서류 심사 시 심사관에는 블라인드가 맞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서류전형부터 임원면접까지 전 과정에 걸쳐 학력은 물론 성명까지 블라인드 처리 후 채용을 진행한다. 지원서에는 자격증 및 외국어시험성적 기재란도 없앴다.

그동안 블라인드 채용을 해왔던 은행들마저 올 하반기 이를 강화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채용 기조와 맞닿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아니더라도 이런 채용 흐름이 확대되면 시중은행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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