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메르세데스-벤츠가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하지 못한 배경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입점 공간 부족 원인이라는 공식 입장이 나왔지만 벤츠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스타필드 고양점 입점에 실패했다. 반면 경쟁사인 BMW는 하남점에 이어 고양점에도 안착에 성공했다.

한 언론은 관련 보도를 통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BMW의 이미지를 높게 평가했다는 자동차 업계 관계자 말을 실었다. BMW그룹이 미래재단을 통해 어린이 과학 창의교육 등 가족 친화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만큼, 스타필드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내용이다.

올해 출시된 GLC는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 있던 OM651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벤츠가 BMW와의 입점 경쟁에서 패배한 것으로 오해 할만 한 상황이다. 이에 신세계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벤츠가 입점 의사를 늦게 밝히는 바람에 발생한 문제이며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점 공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다. 벤츠도 딜러사가 입점 의사를 타진했지만 공간 문제로 무산된 것으로 들었다며 거들었다. 신세계는 추후 공간이 확보되면 벤츠 입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런 해명에도 벤츠가 BMW에 밀린 것이라는 의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벤츠에 대한 신뢰도와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벤츠는 최근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불거져 이미지가 적잖이 훼손된 상황이다. 독일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제2의 디젤게이트'를 의심하며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벤츠는 지난 달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배출가스 감소 관련 리콜을 실시했다. 이를 두고 문제가 있으니 리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 건만 아니다. 벤츠의 이미지는 스크루지로 전락했다. 내수 시장에서 높은 실적을 거뒀지만 투자와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이다.  

벤츠는 국내에서 판매량에 비해 서비스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인색한 브랜드로 알려졌다. 벤츠는 지난 7월 기준 시장점유율이 31.8%에 달하지만, 전국에 불과 50여개의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경쟁자인 BMW가 MINI브랜드까지 70여개를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난다.

투자 금액에서도 벤츠는 BMW에 미치지 못한다. 벤츠의 대표적인 국내 시설은 520억원 규모의 안성 부품물류센터, 250억원 규모의 용인 트레이닝 센터 정도다. BMW는 영종 드라이빙 센터와 안성 부품물류센터 등 2,000억원 이상 투자하며 벤츠를 따돌리고 있다.

올 초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대표는 2,000억원을 국내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투자금을 지원하는 주체가 벤츠코리아가 아닌 딜러사여서, 무임승차 꼼수라는 지적이 거셌다. 

사회공헌에 대한 투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벤츠는 작년 기부금으로 매출액의 0.058%만 썼다. BMW(0.065%)에도 못미친다. 금액으로 보면 수입차 업계 최고인 22억원이다. 버는 것에 비해 적은 금액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벤츠 사회공헌위원회 등을 포함한 그룹사 전체 기부액은 36억원으로 BMW그룹(42억원)와 견줘 떨어진다.

지나친 배당 성향은 사회공헌과 대조적이다. 벤츠는 작년 당기순이익의 52%를 독일 본사와 최대주주인 한성자동차에 지급했다. 금액으로 치면 457억원이다. 전년(66%)보다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디젤 논란 이후 큰 폭의 가격 할인 판매에 곱지 않은 시선도 감수해야 한다. 기존 오너들의 불만이 크다.

한 벤츠 오너는 “평소에는 할인에 인색하던 벤츠가 디젤게이트에 연루된 직후부터 갑자기 큰폭의 할인을 해준다며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중고가 시세 하락을 걱정하던 차에 신차 할인폭까지 늘어나니 황당하다. 벤츠는 기존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이 차를 더 많이 파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벤츠 관계자는 "벤츠는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많을뿐 아니라 국산차회사보다도 많은 기부금을 냈다"며 "특히 사회공헌위원회를 통해 '기브 앤 레이스'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수입차 업계의 사회 공헌을 주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신뢰도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벤츠는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는 몫을 남겼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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