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저축은행이 가계대출 규제 여파를 혹독히 치른 가운데 하반기로 예정된 여신심사가이드라인과 내년 초 강화될 충당금 규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서민금융상품인 중금리 대출이라도 규제를 풀어 달라는 바람을 비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저축은행 대출을 대상으로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내년 1월부터는 충당금 기준이 강화되면서 저축은행들이 전 금리권의 신규대출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저축은행 대출을 대상으로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발동된다. 그간 저축은행은 여신심사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됐지만, 가계대출 규제의 일환으로 저축은행도 심사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은 은행과 상호금융권에 적용해오던 대출 규제다. 저축은행은 앞으로 차주의 신용위험과 상환능력, 차입금 규모와 상환기간 등을 다면적으로 분석해 대출해야 한다. 금융사고에 대한 신고 의무와 차주의 차입 목적을 가름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내년 1월부터는 강화된 충당금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저축은행은 이중고를 겪을 위기다. 현재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충당금 적립비율은 정상 0.5%, 요주의 2.0%이지만, 금융당국은 2020년까지 정상 1.0%, 요주의 10.0%까지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위험 대출의 경우 저축은행은 금리 20% 이상인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을 20%에서 50%로 급격히 늘린다. 상호금융은 현행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에서 20%이상 대출을 취급하고, 상위 10개사를 기준으로 적게는 85%에서 많게는 99%에 이른다. 신규대출에 한해서만 추가충당금을 부과하더라도, 현행 상품 대부분이 금리 20%를 넘는 상황에서 상품을 대대적으로 변경하지 않으면 사실상 신규대출이 어려워진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는 예상했지만 규모와 시기면에서 예상 밖의 규제가 나타나다 보니 각 사별로 준비했던 대응책이 무용지물이 됐을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꽃놀이패를 예상했지만 올해 가계대출 규제 고비를 넘기고 나니 하반기 수익도 깜깜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서민금융 상품의 일환인 중금리 대출이라도 가계대출 규제에서 제외하거나 규제를 낮춰달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업과 1금융권의 가교 역할을 하라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충실히 중금리 시장을 키워왔지만 다시 축소될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SBI저축은행의 대표 중금리 상품인 ‘사이다’가 지난달 누적실적 4,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저축은행 업계의 중금리 대출 상품의 규모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출발이 ‘양지의 대부업’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중금리 대출은 대부업과 1금융권의 가교”라며 “대출총량을 줄이기 전에 돈을 빌려야만 하는 상황을 해결해주는 게 순서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권의 ‘메기’ 인터넷은행이 중금리 대출 고객을 선점하리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저축은행이 가계대출을 축소하는 사이 별다른 규제가 없는 인터넷은행이 중금리와 쉬운 대출을 무기로 대출 소비자를 끌어당기리라는 예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걸림돌 없이 순항 중으로 저축은행의 고객들이 인터넷은행으로 넘어갈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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