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 지난해 1월 2일 입대, 어느덧 제대가 10월 첫날로 다가온 김병장(23). 제대 후 손에 쥘 목돈 생각에 요즘 들어 연일 기분이 좋다. 입대하자마자 가입한 국군전용적금들의 만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군인 급여이체 은행인 국민은행에서 2년 만기로 ‘KB국군희망준비적금’에 가입해 한 달에 10만원씩, 기업은행에서도 같은 기간과 금액을 ‘IBK국군희망준비적금’에 차곡차곡 돈을 붓고 있다. 김씨는 “군인 월급 안에서만 저축을 하려고 했는데 워낙 이율이 타 예·적금 상품에 비해 크게 높다보니 하나는 내가 직접 붓고, 다른 하나는 일단 부모님께 넣어달라고 했다”며 “계급이 오른 뒤부터는 두 상품 모두 내가 불입 중”이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군인도 재테크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똑똑하고 기특한 청년들이 늘고 있다. 황금같은 휴가에 은행에 들러 군인 전용 적금을 들고, 은행별 금리를 꼼꼼히 따져 금리가 더 높은 은행에 더 많은 돈을 맡긴다. 급여이체에 따른 우대금리 챙기기는 필수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군인 급여 인상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최대 두 배 가까이 월급이 오를 전망이라 ‘군테크(군인+재테크)’ 열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017년 기준 군인 월급은 ▲이등병 16만3,000원 ▲일등병 17만6,400원 ▲상등병 19만5,000원 ▲병장 21만6,000원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내년도 병사 급여를 최저임금(2017년 기준)의 30% 선까지 인상하는 ‘장병 급여 연차적 인상 방안’을 지난 6월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병장의 내년 월급은 올해 21만6,000원에서 40만5,669원으로 오른다.

그래픽=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군 의무복무병 및 대체복무자를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국민(KB국군희망준비적금)·기업(IBK국군희망준비적금)·신한(신한新나라사랑적금)·KEB하나은행(나라지킴이적금) 등 네 곳이다. 이중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재작년부터 나라사랑카드 사업자로 선정돼 병사들의 신분증이자 월급 통장카드인 ‘나라사랑카드’ 혜택을 제공 중이다. 우리은행도 ‘우리국군사랑적금’을 판매해 왔으나 지난 4월 한도 소진으로 판매를 종료했다.

은행별로 ‘군인 적금’에 가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입을 하려면 군 의무복무 중인 내용을 증빙할 수 있는 복무확인서, 입영사실확인서, 병적증명서 등을 가지고 영업점을 방문하면 된다.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적금 상품의 금리는 우대이율을 포함해 대부분 5~5% 후반대에 이른다. 불입 한도는 공통적으로 최대 10만원이다.

① ‘우대이율’부터 꼼꼼히 챙기기

일명 ‘군테크’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군 복무 중이거나 전역한 예비군, 부사관을 비롯한 군 간부들에게 물었더니 ‘우대이율부터 잘 챙기라’는 조언이 나왔다. 은행별로 우대금리 조건이 다르고 독특하기 때문에 어떤 조건을 내가 맞출 수 있는지를 잘 따져보라는 얘기다.

국민은행 나라사랑카드를 사용하면서 KB국군희망준비적금에 가입했다는 군인 A(21)씨는 “급여이체 우대이율이 있어서 이 적금에 가입했다”며 “2년 만기시 이 상품의 이율은 5.5%인데 급여이체 실적이 있으면 0.3%포인트를 더 얹어준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2년 만기 5.3%의 이율에 ▲급여이체 실적 ▲신용(체크)카드 연평균 결제금액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등에 따라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5.5%다. 기본 이율 4.8%에 포상휴가 휴가증 제시, 금연서약서 작성 등의 조건을 달성하면 우대이율이 0.7%P다. 신한은행은 18개월 이상 가입시 기본 이율이 4.5%다.

② 최대한 많은 군인 적금에 가입해두기

월급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 은행의 한 상품에만 가입하지 말고 ‘일단 군인 적금을 파는 모든 은행의 적금 상품에 가입하라’는 얘기도 나왔다. 주로, 적은 월급이라 저축하기에는 부담이 되는데 높은 금리를 버릴 수 없어서 부모님께 불입을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군인 B(21)씨는 “불입 한도가 많지는 않지만 은행마다 이런 상품이 있고 다 금리가 좋은 편이라 부모님이 넣어주는 경우도 있다”며 “동기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일단 통장부터 만들자’는 마음으로 휴가 때 나와 군인 대상 적금을 파는 은행들을 순례했다”고 웃었다.

B씨는 휴가 때 직접 나와 은행들을 돌며 상품을 만들었지만 B씨 명의로 가족 대리인이 가서 적금 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주민등록등본 등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나 거래인감, 대리인 실명확인증표 중 하나의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

③ 전역 전, 적금 통장 하나 더 만들기

가입 초반에는 부모님의 도움을 조금 받았지만, 전역 후 500만원이라는 목돈을 쥔 예시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C(24)씨는 “지금은 사라진 우리은행 ‘우리국군사랑적금’에 2년 동안 20만원씩 24번을 넣었더니 480만원에 이자가 25만원 가량이 붙었다”며 “여기서 이자소득세와 지방소득세 등을 떼고 나니 거의 딱 500만원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C씨는 “우리은행을 포함해 4개 은행에 5%대 금리의 적금을 다 들어놨었다”며 “가입시 군 복무 중이면 (가입이) 돼서 상병, 병장 때 들어둔 적금들이 하나씩 만기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군인 적금은 이율이 높고 ‘군 복무’ 중 일 때만 가입이 가능한 한시적 상품이다보니 군 내 가입자 수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군 간부는 100~200명 가량의 현역병이 있는 중대에 80% 가량이 군인 전용 적금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월급이 점점 오르면서 확실히 예전보다 군인들이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분산해서 점점 금액을 늘려가다가 전역 전에 통장을 하나 더 만든다”고 말했다. 가입하는 시점에만 군인 신분이면 가입이 가능하니까 전역 전에 한 개 더 만드는 것이 꿀팁으로 여겨질 정도라는 것이 이 간부의 설명이다.

그는 “월급이 앞으로 대폭 오른다고 하니 이런 분위기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역병들이 5만원, 10만원 이렇게 금액을 설정해 두고 적금을 드는 것이 아니라 ‘월급의 몇 %를 넣겠다’ 설정해두고 적금을 부으니까 금액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부대별로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현역병들이 기업은행의 나라사랑카드보다는 국민은행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도 귀띔했다.

은행들은 ‘당장은 손해보는 장사지만 미래를 생각한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2년간 연 5% 중후반대의 금리를 준다는게 사실은 은행 입장에서 손해다”면서도 “잠재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특히 여성 고객에 비해 남성 고객의 경우 한 번 거래를 시작한 은행과 거래를 꾸준히 이어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제대 후, 취업 후까지 은행에서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할인혜택을 그렇게 주면서까지 잡는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내년 군인 월급이 더 인상되면 고객 유치 경쟁이 한층 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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