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인디게임 개발자 임세현-윤도훈 대표
둠스데이 스튜디오 윤도훈 대표(사진 왼쪽)와 오잉스 임세현. 사진=이상엽 기자

 

[경기취재본부=이상엽] 한때 음악계에 ‘인디’ 논쟁이 불붙은 적이 있다. 인디란 영어 표현인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줄임말로써 ‘인디음악’은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은 주류음악이 아닌 ‘독립된 음악’을 뜻한다. 일부 인디음악 제작자들은 상업적인 문제와 대중성, 외부로부터의 관여 등의 이유로 ‘진짜 인디음악’ 여부를 놓고 대중들의 ‘검증 도마’에 올려 지기도 하고 호사가들로부터 ‘인디를 표방하는 가짜 인디음악’이라는 힐난도 감수해야만 했다.

게임업계 역시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게임업계가 모바일 게임을 앞세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인디게임도 주류게임과 차별화를 외치며 세상의 틈새를 비집고 나오려 몸부림 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대다수의 게임은 빛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잊혀 지기 일쑤다. 간혹 성공한 사례가 이슈가 되기도 하지만, 이들도 ‘인기를 위해 가짜 인디게임을 만들었다’는 시기와 폄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같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오롯이 게임을 좋아해 ‘생존 게임’을 자처한 ‘오잉스’ 임세현(28) 대표와 ‘둠스데이 스튜디오’ 윤도훈(25) 대표를 만나 인디게임의 현주소와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자기를 간단하게 어필한다면. 

임: “1인 게임개발자로 오잉스란 스타트업을 통해 모바일 게임 ‘물고기 어디까지 잡아봤니’ 등을 제작했다. 현재는 윤 대표와 함께 새로운 게임을 제작 중이다.”

윤: “게임을 만들고 싶어 무조건 개발에 뛰어들어 둠스데이 스튜디오란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아리 키우기’란 게임 등을 출시했다.”

- 게임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임: “게임을 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게임을 좋아하니 문득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중학교 때 알피지 만들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게임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3000~4000명이 다운로드를 받아 내가 만든 게임을 하니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대학시절부터 첫 직장까지 게임과 관련이 없는 일을 했다. 게임 개발을 직업으로 삼을 만큼, 그 당시에는 유망한 직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게임을 만드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쉽게 도전하지 못한 점도 있다. 그래도 게임을 만들자는 의지가 내 안에 있었기에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게임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윤: “어릴 때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 알피지 만들기와 같은 툴을 이용해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을 만들다 보니 욕심이 났고, 더 질 높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관련 코딩을 배우고 디자인 등을 익혔다.

대학교 때는 기계공학과를 전공하다가 자퇴했다. 게임 개발을 직업으로 할 계획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전공도 게임과 관련 없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대학 재학 중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면서 게임 개발 쪽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 개발자가 생각하는 인디게임은.

임: “인디게임의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본다. 단지 소규모 업체가 게임을 만든다고 해서 인디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기업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오로지 자신의 생각을 게임에 담을 수 있는 것이 인디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더라도 유저들의 관심이 없다면, 인디게임 여부를 떠나 게임자체가 의미가 없다. 자신만의 생각을 게임 속에 녹여내면서도 유저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인디게임이 갖춰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윤: “인디게임은 독창적인 발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만들고 출시를 하다 보면, 오래 기억이 남는 게임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게임이 있다.

오래 기억이 된다는 것은 수익적인 부분을 떠나 (유저들이) 애정을 가지는 게임이라는 방증이다. 이는 개발자의 생각과 의도가 게임에 잘 스며들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이런 게임이 인디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 인디게임은 대중적인 측면과 거리가 멀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임: “개인적으로는 인디게임도 유저들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불장군처럼 자신만의 색깔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직 ‘나만의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겠다’라는 마인드로 개발을 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인디게임도 어느 정도 대중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인디게임이 대중적이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은 일부 대형 게임업체들과 다르게 자율성이 보장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유명 게임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소위 ‘돈벌기’에 몰두해 게임의 요소를 포기하고 대중성을 좇는 측면이 많다. 인디게임은 돈보다는 게임 자체를 먼저 생각할 수 있어 대중성과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윤: “인디게임은 유저들의 인기 여부를 떠나 개발자가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소위 ‘대기업의 유명게임’과 간극이 벌어질 수 있다. 많은 개발자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대중적인 요소를 게임 속에 넣으면 인기는 올라갈 수 있지만, 게임 개발의도가 퇴색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인디게임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 개발자들이 유저들 시각에서 볼 때 특이하면서 생소한 게임만 만드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 인기게임에 편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많은 유저들이 인디게임은 대중적이지 않다고 여기실 수 있다는 얘기다.”

- 만약 1인 게임개발자가 아닌 유명 게임개발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어떨 것 같나.

임: “큰 기업에 입사하게 된다면, 나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UI(User Interface)든 캐릭터 디자인이든 그 한 분야에만 집중하지 않을까 여긴다. 인디게임의 장점이 여기서 나온다. 인디게임은 아이디어부터 개발, 출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관여할 수 있다.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제약도 줄어든다.”

윤: “대기업의 일원이 된다면,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제작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고 상부의 오더에 의해 일하는 부품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임을 제작할 수 없다면 분명 슬픈 일이다.”

오잉스 임세현(사진 왼쪽)-둠스데이 스튜디오 윤도훈 대표. 사진=이상엽 기자

 

- 수익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임: “인디 게임개발사라고 해서 수익 부분을 무시하지 않는다. 되레 더욱 중요한 문제다. 우리 같은 소규모 회사들은 지속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집에 약속한 것이 있다. 앞으로 2년간 게임 개발을 하면서 자생하겠다는 약속이다. 만약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다시 일반 기업에 취업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현재 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어엿하게 회사의 간판을 내걸었으니 수익 내는 것을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하다.”

윤: “수익을 고민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과 관련된 문제는 차선의 문제다.

만약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클래시오브클랜 같은 그들만의 정체성이 뚜렷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수익 부분을 굳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대작 게임들은 엄청난 개발 비용이 든다. 인디 게임 개발은 어떤가.

임: “인디게임 개발의 장점이 예산이 거의 필요 없다는 점이다. 당장 밥을 굶어야 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충분히 게임을 만들 수 있어 도전하기도 쉽다고 생각한다. 큰 예산이 필요하지 않은 장점 덕분에 대기업 게임과 달리 유저들에게 현질(과금) 유도 등 강압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윤: “게임 규모에 따라 무자본이어도 만들 수 있는 것이 인디게임이다. 대기업은 게임 개발과 운영에 많은 돈을 투입한다. 그만큼 아웃풋(성과)를 뽑아내야하기에 리스크도 뒤따른다고 본다. 인디게임은 그런 면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인디게임 회사도 예산을 투입하면 그만큼 게임의 규모도 커질 수 있지만, 이 자체가 리스크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게임부터 시작해서 규모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 규모를 키우는 것은 개인(회사) 역량일 뿐이지, 인디 게임은 비용 문제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 두 대표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경기게임아카데미 1기 출신이다.

임: “먼저 진흥원 측에서 장소를 제공한다는 점이 좋다. 예전에 디자인을 하는 친구와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사무실이 없어 각자 집에서 일하고, 필요한 내용은 핸드폰 메신저로 주고받거나 카페에서 한 번씩 만나 회의를 하기도 했다.

혼자서 일을 하면 게을러지기 쉽다. 지금은 개발 공간이 있으니 출근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들고, 게임 개발에 몰입할 수 있어 진흥원의 지원 시스템은 매력적이다.”

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단순히 게임 개발의 기술만 알려주는 곳이 아니다. 창업 위주의 교육을 하기 때문에 게임개발 관련 내용은 물론, 회계, 세무, 인사 등 실제 회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교육도 패키지로 진행된다. 게임 개발 교육만 생각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매우 새로웠다. 과거에도 큰 도움을 받았지만, 앞으로도 게임 개발에 있어서 진흥원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수원=이상엽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