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살충제 계란 파문을 봉합하기 위해 정부가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의 계란을 서둘러 유통시킨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싸늘하다. 먹거리 비상에 걸린 소비자들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반응이어서 유통가는 당분간 생계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16일 오전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하면서 대형마트가 계란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계란매대에는 라면·참치 등 다른 제품이 채웠져 있다. / 신진주 기자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검사를 완료한 245개 산란계(알 낳는 닭)농가 중에서 2개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241개 농가가 적합판정을 받았다.  강원도 철원시 소재 A농장에서는 피프로닐이,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B농장에서는 비펜트린이 초과검출 돼 판매 중단 조치에 들어갔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검사가 완료된 계란에 대해서는 이날 대형마트 등의 시중 유통을 허락했고, 17일까지는 100% 전수조사를 완료해 18일부터 합격품들이 정상적으로 유통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사결과가 발표된 대형농장이 전체 계란 유통 물량의 4분의 1을 공급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면 그 정도 물량이 시중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하면서 지난 15일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한 대형마트들은 안전하다는 결과 통보를 받은 협력농장 계란에 한해 판매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 농가 중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명이 나면 계란 판매를 바로 재개할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데 소비자 불편을 가중시킬 순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서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부터 판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판매 재개를 하는 유통점도 생겼다.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체인 GS25와 GS슈퍼마켓이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계란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25와 GS슈퍼마켓에 계란을 공급하는 이레팜과 산청양계, 세양 등이 정부 검사 결과 판매가 적합하다는 통보를 받아 일단 생란부터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계란 유통 물량이 풀린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한 모 씨는 “우리들이 자주 먹는 먹거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못 먹더라도 철저한 검증을 했으면 한다”며 “일주일 이상이 걸려도 괜찮다. 당장 식탁에 계란 반찬을 올릴 수 있는 것 보단 확실히 검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란 수급 대란을 막기 위해 검사를 빨리 진행할 경우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한 것이다. 

또 다른 소비자는 “(계란이 다시 판매됐을 경우) 정상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하더라도 찝찝한 기분이 들 것 같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농가도 친환경 농가 마크를 받은 곳으로 알고 있다. 안전하다고 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반면 빠른 판매 재개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있었다. 그는 “대형 농가에서 자라는 닭, 돼지, 계란 등에 항생제, 살충제 위협이 아예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급자족이 좋지만 어쩔 수 없으니 먹을 수 밖에 없지 않냐”고 전했다.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 제빵업, 요식업계 점주들은 정부의 빠른 대처에 안도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계란을 들어간 제품을 당분간 찾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생계가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중소프랜차이즈 빵집 점주는 “유럽산 계란 살충제 사건이 터졌을 때도 소비자들이 계란 들어간 빵을 꺼려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발견됐다고 하니 큰일이다. 평상시엔 오전부터 손님이 북적북적한데 오늘은 아무도 없지 않냐. 수급안정보단 소비자 불신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태국 음식점 점원은 “계란 대란으로 인해 모든 메뉴에서 계란을 제외했다. 대신 계란이 들어간 모든 메뉴를 1,000원 할인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계란 섭취를 불안해하기 때문에 (계란이 다시 유통되도) 당분간은 이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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