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이후 금융권 CEO들의 임기와 맞물려 낙하산 인사들에 대한 하마평이 쏟아지고 있다. 새 정부의 기대감과 달리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금융권에 드리우고 있어 금융권 안팎으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문 정부의 공언대로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믿고 싶지만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 최종구 위원장과 호흡을 맞출 차기 금융감독원장 인선을 본격화했다. 오는 11월까지가 임기인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후임을 찾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큰 과오없이 원만하게 조직을 이끈 진 원장이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최 위원장이 내세운 ‘포용적 금융’ ‘생산적 금융’ 등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에 발을 맞추려면 새로운 인물이 금감원을 지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이다. 금융당국의 ‘투톱’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모두 관료 출신이 맡는 것에 대한 여권 일부의 거부감, 새 정부의 개혁 성향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비(非) 관료 출신으로도 범위를 넓히고 있어 민간 출신의 인물들도 함께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간 부문에선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낸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등이 거론된다.

차관급인 금감원장 인선이 마무리되면 최 위원장 이후 멈춰있던 금융권 인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감원장을 시작으로 금융위 1급 인사 및 금융공기업 인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 공공기관 중에는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의 임기가 10월까지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로 아직 남아 있다.

수개월째 수장 자리가 공석인 금융공기관도 있다. 수협은행장 임기는 지난 4월12일 만료됐다. 석달째를 넘어가도록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수협은행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와 수협은행 주식 100%를 소유한 수협중앙회가 인선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10여차례나 열렸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4%를 보유한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3월 6일 이후 지금까지 수장 자리가 비어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은 아직 임기가 만료되지 않았지만 전 정권 인사라는 점 때문에 거취가 주목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교수를 지내는 등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대표적 금융권 친박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2월 취임해 3년의 임기 중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대표 국책은행 회장으로서 앞장서 국정과제를 수행하기에는 부적합해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이 회장의 경우 단순히 전 정권 인사라는 이유로 교체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의 연속성 측면과 금호타이어 매각 등 현재 산업은행이 안고 있는 현안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 특히 낙하산 인사 논란이 많았던 만큼 문 대통령도 대대적으로 공언한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금융권 인사가 늦어지고 문 정부 들어 ‘금융 홀대론’이 나오는 이유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수장이 공석인 금융공기관의 경우 이 공백이 바로 채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장을 시작으로 (금융권) 인선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가계부채 대책 등 당장 산적한 현안들이 많은데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수협은행장 등을 바로 챙길 수 없을 것”이라며 “또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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