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미국이 중국을 향해 지식재산권 조사라는 '무역전쟁 카드'를 꺼내면서 우리나라 수출업계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상위 수출 상대국인 만큼 두 나라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수출에 큰 타격이 올 수도 있는 탓이다.

최근 수출 증가세를 보이는 반도체는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기기기와 섬유 분야 등에서는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지식재산권 조사라는 '무역전쟁 카드'를 꺼내면서 우리나라 수출업계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연합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USTR은 '통상법 301조' 조사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검토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중국은 자국 수출에 타격을 가하겠다고 판단, 공식적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은 관영 매체들과 관변학자들을 총동원해 "이번 지식재산권 조사를 발동한 미국의 통상법 301조야말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또 중국은 미국의 어떠한 보호무역 행동도 반드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관계, 양국 기업의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강하게 나선다면 미국은 이번 조사 지시 외에 국경조정세 도입, 환율조작국 지정, 반덤핑 조사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양국 간의 무역전쟁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자 우리나라 수출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 무역은 양국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3.4%, 12.2%를 차지했다.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 미·중 통상마찰은 세계 통상환경 악화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우리나라의 양국 수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 수입을 제재하고 나선다면 중국을 거쳐 미국 시장으로 가려는 한국 제품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다른 나라에서 원재료나 반제품을 수입해 만든 완제품을 수출하는 비중이 큰 전기기기와 섬유·의류 등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 수입규제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자체 점검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입규제 품목을 확인하고 물량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한국산 수입품 중 전자기기는 65.5%, 섬유·의류는 59.6%, 피혁은 58.8%가 미국 등으로의 재수출을 위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내수를 위한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중국 내 한국산 제품 수요도 함께 줄 수도 있기 때문.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나 미국내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인 경우는 타격이 별로 없다"며 "하지만 이외에 원재료를 수입해 만든 완제품을 수출해야 하는 기업들은 당연히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는 수출 악영향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1997년부터 WTO(세계무역기구)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반도체·휴대폰·컴퓨터 관련부품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덕분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경우 다른 것과 다르게 무관세 제품이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특히 메모리반도체 특수성에 따라 반도체 제품에 보복을 가한다면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도 같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섣부르게 장벽을 두거나 보복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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