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BS '다만세'→KBS2 '맨홀'
MBC '왕사'→SBS '조작' 의식 간담회
'다시 만난 세계'(왼쪽), '맨홀' 포스터

[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다. 첫 방송 후 먼저 승기를 잡은 방송사는 한 시름 놓는다. 시청률이 저조한 작품들은 반등의 기미를 엿보며 눈치작전에 들어간다. 경쟁작을 의식해 방송 중간 기습 간담회를 개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시청률이 높은 작품들은 더 화제를 모으기 위해 간담회를 열기도 한다. 지상파 3사의 물고 무는 간담회 개최는 효과가 있을까.

SBS는 지난 10일 수목극 ‘다시 만난 세계’ 간담회를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KBS2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맨홀)의 첫 방송 다음날이었다. ‘맨홀’과의 경쟁을 의식한 행사로 인식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지난달 17일 첫 방송된 후 6~8%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최민수 주연의 MBC ‘죽어야 사는 남자’에 밀려 힘을 못 쓰는 신세다. 다행히 ‘맨홀’과 대결에서 승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맨홀’은 1, 2회 2~3%의 시청률로 굴욕을 맛봤다.

‘다시 만난 세계’ 간담회에서는 시청률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자리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데 반등이 자신있냐’ ‘시청률 10% 돌파는 언제쯤으로 예상하냐’ 등이었다. 주연배우 여진구, 이연희, 안재현은 “다음 주쯤에는 시청률 10% 돌파할 것”이라며 본방 사수를 당부했다. 결과적으로 간담회 효과는 크지 않았다. 간담회 개최 당일 방송된 ‘다시 만난 세계’ 15~16회는 시청률 6.2%, 7.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중간광고 도입으로 한 회 분량이 2부로 나뉘어 방송 돼 13~14회 시청률(5.5%ㆍ6.5%)에 비해 올랐다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왕은 사랑한다'(왼쪽), '조작' 포스터

MBC 월화극 ‘왕은 사랑한다’는 SBS ‘조작’ 첫 방송날인 지난달 24일 간담회를 열었다. 방송 일주일 만에 간담회를 개최하는 건 이례적이었다. 1~2회 시청률 7.8%, 8.1%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곧바로 추락한 탓이다. 3~4회는 5.1%, 6.0%로 떨어지며 2015년 ‘화정’ 이후 MBC 사극 중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더구나 경쟁작 ‘조작’은 하반기 최대의 기대작으로 꼽히며 방송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남궁민을 비롯해 유준상, 문성근, 엄지원, 박지영, 전혜빈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MBC 입장에서는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왕은 사랑한다’ 간담회에서 장영남은 “다른 드라마를 의식한 게 아니다. 우리 드라마는 가면 갈수록 드라마틱한 구조를 띤다. 드라마 시작 전 홍보를 많이 못해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지만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제작발표회를 열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조작’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일주일 만에 간담회를 하나’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 충분했다. 이날 방송된 ‘왕은 사랑한다’ 5~6회는 6.2%, 7%로 집계됐다. 3~4회에 비해 약 1%p 상승한 수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반면 ‘조작’은 1~2회 11.6%, 12.6%로 단번에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조작’ 역시 지난 14일 간담회를 열었지만 ‘왕은 사랑한다’와 입장이 달랐다. ‘조작’은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첫 회와 8회 최고 시청률 12%를 찍고 하향세가 계속됐다. 간담회 이후 탄력을 받아 다음날 방송된 16회는 12.2%를 기록, 후반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달 종영한 KBS2 ‘쌈, 마이웨이’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생방송으로 촬영되는 와중에도 간담회를 열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간담회 당일에는 시청률 9.8%로 지난 회에 비해 하락했지만, 이후부터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결국 마지막회 최고 시청률 13.8%로 종영했다.

드라마 간담회는 어느 순간 관례로 자리 잡았다. 지상파 3사는 경쟁작 방송 전날 혹은 당일 간담회를 여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일부러 경쟁 방송사의 중요한 행사 당일에 간담회 개최나 촬영장 공개를 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러한 속 보이는 지상파 3사의 간담회가 방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의문이다. 사진=KBS, MBC, SBS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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