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장산범’(17일 개봉)은 올 여름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다. 전작 ‘숨바꼭질’로 5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허정 감독의 새로운 공포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공포물에 모성애를 더한 이른바 ‘감성 스릴러’를 내세운 장르는 관객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장산범’은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첫 장면은 흥미진진하다. 한 남자가 아내를 죽인 뒤 내연녀와 함께 아내의 시신을 ‘장산동굴’에 은폐하려 한다. 그 때 “살려줘”라며 애원하는 죽은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고 남녀는 혼란에 빠진다. 아내를 죽이고 벽에 묻는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서늘하고 기괴스럽게 막을 올린 ‘장산범’은 주인공 희연(염정아)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희연은 아들을 잃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며 살아간다. 남편 민호(박혁권)와 딸과 함께 공기 좋은 장산으로 내려온다. 희연은 어느 날 숲 속에서 여자애(신린아)를 만나게 된다. 갈 곳 없이 보이는 딸 또래의 아이에게 모성애를 느낀 뒤 결국 집에 들인다. 그 때부터 미스터리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연민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여자애는 타인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는 능력(?)마저 갖춘 인물이다.

‘장산범’은 소리에 입각한 공포 스릴러라는 홍보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시각적인 효과가 주는 공포가 더 크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음습한 장산 동굴부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 기괴한 중년남성(이준혁)의 존재까지 시각적인 공포 요소가 다분하게 배치돼 있다. 물론 귓가에 속삭이는 듯 한 목소리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가 영화 곳곳에 깔려 있으나 시각적인 공포에는 못 미친다.

영화를 이끄는 염정아의 연기력은 몰입도를 높인다. ‘장화, 홍련’에서 새 엄마 캐릭터로 섬뜩한 연기를 펼친 염정아는 이번 영화에서 공포를 느끼는 인물로 분해 관객을 리드한다. 염정아의 연기력은 흠 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염정아가 분한 희연이 ‘고구마 캐릭터’로 느껴질 수 있다. 딸이 아닌 여자애에게 느끼는 모성애가 더 강하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쉽게 결단력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한국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 역시 아쉽다. 위기의 순간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주인공, 혼자 집에 있는 아이, 늘 한발 늦는 경찰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산범’이 반가운 이유는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한국 공포물이기 때문이다. ‘숨바꼭질’에서 남다른 공포 비주얼로 관객을 소름 끼치게 만든 허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다. 특히 이준혁의 모습이 엄청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러닝타임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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