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BNK금융지주 회장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증권가에도 인사 폭풍이 조만간 몰아칠지 주목된다. 김 전 부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이자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서 일한 전력이 있다.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회장은 인선은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대행과 김 전 부회장 간의 양강구도로 좁혀졌다. 당장 BNK금융지주 부산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야당 의원들의 김 전 부회장에 대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이 같은 반발을 무릅쓰고 김 전 부회장을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앉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김 전 부회장이) 고령의 나이에다 은행업의 경험이 없으신 분이, 특히나 정치권에 한때 캠프의 활동을 하신 분이 오신다는 것은 결국 이런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시각이 다르다. 올해 한국나이로 72세에 달했고 은행에서 일한 경험도 없는 김 전 부회장을 굳이 후보군에 올린 것을 두고, ‘사전 내정설’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김 전 부회장이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앉을 것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 전 부회장의 인사를 시작으로 인사 태풍이 몰아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에 대해서는 임기를 끝까지 마칠 것이라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이 차기 금감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지금은 그런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이달 말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표되고,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임기가 11월까지인 진 원장이 일단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와 함께 진 원장의 교체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임기 만료 3달여를 앞두고 자칫 내쫓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차기 금감원장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정권교체 이후부터 줄곧 교체설이 돌던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번 주 통째로 휴가를 내는 등 더욱 여유로운 모습이다. 정 이사장은 정부의 ‘신호’가 있으면 언제든 옷을 벗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2월말 임기를 마치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일단 황 회장은 연임 도전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황 회장을 대체할만한 인물이 없어 당연히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특히 황 회장이 업계를 대변해 은행권과 대립을 펼치는 것을 두고 ‘금투협은 비판해도 황 회장은 비판하지 마라’라는 말이 돌 정도다.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사람도 현재는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정도다. 황 전 사장은 지난번 금투협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최종 후보 선정에서 탈락했다. 지난 2013년부터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업계를 떠난 시간이 길다는 점도 황 전 사장에는 불리하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황 회장 연임에 변수로 여겨지는 것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금투협 회장 선거 출마. 다만, 그러기에는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이 너무 좋다는 게 문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150.6% 증가한 2,706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2,738억원)에 소폭 뒤졌지만 자기자본 규모가 4조3,449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7조1,498억원)의 0.6배 수준임 것을 감안하면 최상급 성적이다. 내년에 유 사장이 11년 연속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유 사장이 한국투자증권을 떠나기에는 후계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성환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이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기에는 연륜이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에 치러지는 데 유 사장의 연임 여부는 내년 3월에나 주주총회에서 정해진다. 연임 여부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유 사장이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 상반기에만 24억5,200만원을 챙긴 유 사장이 연봉 5억원 수준인 금투협회장 자리에 바로 가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 사장이 혹시 연임에 실패하더라도 고문으로 2~3년 금융투자협회장보다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회사를 더 다닐 수 있다”며 “명예직으로 봉사하겠다는 생각이 아닌 한 당분간 금투협회장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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